삼성증권과 삼성투신 연내 합병 어떻게 되나

입력 2000-08-02 12:08:00

삼성증권과 삼성투자신탁증권이 연내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지역 경제계에서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삼성투신이 삼성증권에 합병되면 지역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지역 세수가 주는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IMF 이후대동은행 등 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이 잇따라 퇴출된데 이어 수탁고가 11조원이 넘는 삼성투신마저 사라질 경우 지역의 금융기반은 '붕괴'될 수 밖에없다. 여기에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다 삼성투신의 부실처리문제까지 맞물려 양사의 합병문제가 주목을 끈다.

▶ 합병될까

지난 주 삼성증권은 삼성투신과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

는 합병 작업이 거의 성사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한 관 계자는 "양사의 합병은 이미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합병을 위한 작업에 가속도가 붙는 상태"라고 했다. 삼성투신측도 "합병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는 도출됐지만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현안에 대해 확인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혀 합병문제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음을 시사했다.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의 합병은 동양투신이 삼성그룹에 인수된 98년 이후 수 차례 제기됐다. 양사간 업무 중복으로 비용이 과다 발생해 이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합병해야 한다는 의견이 흘러나왔던 것. 특히 최근엔 합병할 경우 수익증권영업이 강화되고 영업망 측면에서도 국내 최대 증권사로 부상할 수 있는데다 영남종금까지 아우르는 큰 틀의 금융사 통합 차원에서 합병이 거론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주 합병검토중이란 사실이 알려진 뒤 양사의 주가가 동반하락해 시장은 일단 양사의 합병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일부 주주들은 "삼성이 양사의 주가가 폭락한 틈을 타 헐값에 합병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수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과 삼성투신의 부실처리 문제도 합병 에 걸림돌이다.

▶ 합병비율은

양사가 합병하려면 상법상 절차인 이사회 결의→합병 계약→주총 통과→채권 자 보호 절차→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합병 비율 산출→금 감위 인가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합병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양사의 합병비율. 1일 종가를 기준으 로 하면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의 비율은 약 4.6대 1(20,000원:4,330원)정도다. 하지만 좀 더 정밀한 실사과정을 거쳐야 합병비율이 산출될 것이다. 만약 합 병비율이 4대1 이상을 넘어 삼성투신 주식 4~6주를 삼성증권 1주와 교환하게 되면 삼성투신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반면 4대1 이하로 결정된다면 삼성증권의 불만이 높아질 전망. 앞으로 합병비율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따 라 주주들의 반발수위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는 삼성투신의 부실처리 문제. 삼성투신은 대우담보 CP손실을 포함해 부실규모가 420여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증권도 합병부담액을 442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그러나 미매각 수익증권, 환매협상 미타결 잔고 등의 부실 위험을 안고 있어 삼성그룹의 지원을 받지 않는 한 부실을 주주들이 떠 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이 잇따라 퇴출되고 영남종금이 영정정지된 가운데 삼성투신마저 삼성증권에 합병되면 지역의 금융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수 밖에 없다.

삼성투신은 여신 기능은 없으나 지역기업의 회사채 매입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삼성증권에 합병된다면 지역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 워져 자금난이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삼성투신이 냈던 각종 세금 과 인력채용부분도 서울로 옮겨갈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피해도 우려된다. 지역 경제인과 시도민들이 힘을 합쳐 탄생시켰던 삼성투신이 삼성증권에 합병 될 경우 지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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