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고민-땀

입력 2000-07-25 14:07:00

여름철에 생기는 여러가지 고민거리 중 하나는 땀이다. 이걸 너무 흘리는 사람은 여름이 괴롭다. 조금만 긴장해도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히 젖고, 음식 먹을 때마다 얼굴에 흘러 내리는 땀을 주체하기도 어렵다. 옷을 자주 갈아 입어야 하고 남 보기에도 안스럽다. 무엇보다 그 끈적이는 느낌이 아주 싫다.

◇체온 조절 기능 하는 땀

사람은 항온 동물이다. 주위 온도가 어떻게 바뀌든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체온 조절 역할을 하는 것이 땀이다.

우리 몸에서 땀을 분비하는 기관은 에크린 땀샘과 아포크린 땀샘으로 나뉘는데, 흔히 말하는 땀은 에크린 땀샘에서 분비된다. 우리 피부 곳곳에는 200만~400만개에 달하는 에크린 땀샘이 분포돼 있다. 운동이나 다른 열 자극으로 체온이 올라가면 이 샘이 땀을 피부 표면으로 분비한다. 배출된 땀이 마르면서 몸의 열을 뺏아가길 노리는 것.

여름이 뜨겁더라도 기분좋게 느낄 때가 있는 반면, 아주 불쾌해지는 때가 있는 것도 땀의 증발과 관련돼 있다. 공기 중 습도가 높으면 땀 증발이 잘 안돼 몸의 열이 제빨리 식지 못함으로써 더 고통스럽고 덥게 느껴지고, 건조하면 땀이 빨리 증발돼 덜 덥게 느껴지는 것이다.

◇땀, 많아도 탈, 적어도 탈

땀은 열 자극 외에도 공포나 분노 등 정서적 긴장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교감신경이 자극 받아 땀이 난다. 덥지도 않은데 나는 땀이라 해서 식은 땀이라고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신체의 한 부분이나 전신에 과다하게 땀이 나는 것을 다한증이라 한다. 온몸에 땀이 나는 전신적 다한증은 열병이나 심한 운동을 한 뒤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갑상선 기능 항진증, 당뇨병, 임신, 호르몬 이상 질환, 신경계 이상 질환, 저혈당증, 임파암 등 전신 질환이 있을 때도 다한증이 나타난다. 원인 질환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유난히 얼굴이나 가슴에 땀이 많이 나는 것을 미각 다한증이라 한다. 대부분 경우 체질이 원인. 침샘에 종양이 있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다한증과 반대로 땀이 나지 않는 것을 무한증이라 한다. 선천적 유전 질환, 저혈압증, 피부 경피증, 신경염을 동반한 당뇨, 나병, 신경손상, 피부화상, 피부질환 등이 원인이다. 이들 환자는 여름철 고온에 대한 체온조절 기능이 약하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참기 힘든 땀 냄새

원래 땀에는 냄새가 없다. 그런데도 비정상적으로 땀에서 악취가 나는 것을 취한증이라 한다. 겨드랑이와 발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 중 발냄새는 앞에서 설명해 온 '보통땀', 즉 에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땀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도 문제가 되는 것은,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이 세균과 곰팡이에 의해 분해되면서 발생, 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땀 냄새를 호소하는 환자들 대부분은, 실제로 다른 사람은 냄새를 느낄 수 없는데도 본인만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땀에 의한 냄새는 다르다. 여기서 나오는 땀은 본래 동물들이 자기의 영역을 표시하는 등에 쓰는 특수한 것. 사람에게서는 기능이 퇴화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에게서는 문제가 되는데, 그것은 이 땀샘의 분비물이 피부 세균에 의해 분해돼 불포화 지방산이 생성되면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이 많이 고민하는 액취증도 그 중 하나.

겨드랑이와 발을 매일 씻어도 냄새가 다른 사람이 느낄 정도라면 병원을 찾아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김병천 교수(계명대 동산병원 피부과)

---한방의 시각

병적인 다한증을 자한(自汗)과 도한(盜汗)으로 다시 구분한다.

자한은 시도 때도 없이 땀이 축축하게 흐르고, 운동을 하면 탈진이 될 정도로 땀을 심하게 흘리는 증상이다. 허약한 사람이 기가 허해지거나, 몸 비대한 사람이 양기가 과다하게 작용하면 이 자한이 나타난다.

도한은 잠자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이다. 깨어나면 즉시 그친다. 여름에 더 심해져 무기력에 빠지거나, 식욕이 없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져 꼼짝하기 싫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땀 흘리는 양상은 저마다 다르다. 그런데도 땀을 흘리면 원기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무조건 삼계탕에 황기 등 한약재를 넣어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의원에서 전문적인 상담과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음식과 약재, 생활습관 등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곽재일 보광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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