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수도에만 기형적으로 집중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보기드문 사례입니다. 이때문에 각 분야의 우수인력들이 서울에만 몰려들 수밖에 없고 이러한 인재편중현상이 결국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김규원 경북대(사회학과)교수는 서울 집중화현상이 수도권 대학의 명문화와 지방대의 위상추락을, 서울에만 몰린 인재편중현상이 사회적 불만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대학입시 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수능성적 상위 5% 중 62%가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게다가 우수과학 인재가 몰리는 포항공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제외하면 지방의 국립대와 사립 명문대에 지원하는 수능성적 상위자는 미미한 실정이다. 2000학년도 대학입학 정원은 모두 31만2천여명. 이중 수도권은 37.2%(11만6천여명), 지방은 62.8%(19만5천여명)이나 서울소재 대학입학자중 지방고교 출신자 비율은 48.8%에 이른다. 그만큼 수능성적 상위자의 서울선호도가 높음을 말해주는 방증이다.
〈표1〉
지방대생들의 서울편입도 크게 늘어나 지방대의 공동화 현상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난 98년 1학기의 경우 수도권 대학의 일반편입 증가율은 56.2%로 지방대 34.2%에 비해 두배 가까이 높았다. 이 때문에 지방대는 매학기마다 자리를 떠난 학생을 채우기에 급급, 편입정원이 해마다 늘고 있으나 또 이로인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도시. 농촌지역 군소대학과 전문대들의 재학정원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따르고 있다.
영남대, 계명대 등 지역 사립대 역시 미등록, 자퇴인원 등으로 매학기마다 200~900여명의 부족인원을 편입시험으로 채우고 있다.
지방의 인재유출현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 정권들어 '두뇌한국(BK21)'사업시행으로 지역고급인력 육성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있는 지방대 대학원도 정원미달이 속출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경북대는 지난 2월 대학원 정원이 대거 미달, 학교설립이후 처음으로 후기모집에 나서는 낭패를 겪었다. 부산대 역시 경북대와 사정이 같았다.
영남대, 계명대 역시 매년 대학원 정원미달사태가 갈수록 더해져 장학금 지급규모 확대 등 유인책을 펴고 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세계수준의 대학원 육성을 골자로 한 BK21 사업시행으로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대학들이 각각 이공분야 등에 정원을 40∼140명까지 크게 늘려 지방대 출신자들까지 서울지역 대학원으로 지원을 하기 때문.
지난 3월 전국 12개 대학생.대학원생이 문용린 교육부장관과 '21세기 대학'이란 주제로 벌인 공개토론자리에서 쏟아진 한 지방대생의 항변은 지방대생들의 절박한 현실인식을 반영했다. 광주대 한 학생은 지방대생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사례로 들면서 "수도권 대학은 대감이고 지방대는 상민, 지방산업대는 백정"이라며 과격한 성토를 했다.
경북대 박찬석 총장 등 대구.경북지역 12개 대학 총장이 최근 '지방대학 육성대책 대구.경북지역 협의회'를 결성한 것도 그러한 위기의식의 발로다.
지방대 육성을 위한 교육부의 정책은 일관성을 잃은 지 오래다. 지난 90년대부터 수도권지역의 대학입학정원을 동결하는 대신 지방대 입학정원을 자율화해 지방 국립대 등 지역거점대학의 경쟁력을 잃게한 것도 오락가락하는 대학입시 정책 때문이었다. 지난 3월 지방대 출신을 공무원에 특채하겠다는 발상 역시 제16대 총선을 앞둔 선심정책으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지방의 취업난, 대기업의 수도권 대학출신자 선호 등도 지역의 인재유출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해 입사자중 지방대 출신은 182명으로 전체 인원 822명중 22.1%에 불과했다. SK 코퍼레이션의 경우도 3천400여명중 지방대 출신은 547명으로 15.9%에 그친 실정. 또 대우상사 재직자 중 지방대생 출신은 15명으로 전체인원의 15.6%뿐. 또 수도권 대학 졸업생 취업률이 54.1%인데 비해 지방대 졸업생 취업률이 49.5%에 그쳤다. 지방대생의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 어려운 실정임을 입증해주고 있다.
〈표2〉
나라의 고급인재를 선발하는 국가고시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96년 행정고시 합격자중 지방대 출신은 10.9%, 96년의 경우 7.6%, 98년 7.1%로 해마다 지방대 출신 합격률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표3〉
지난 96년 행정.외무.기술고시에서 대구.경북의 대학이 배출한 합격자 비율은 3.7%에 불과, 부산.경남지역 3.4%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서울지역 대학출신 합격자 비율은 86.4%로 사실상 '싹쓸이'를 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서울이 아닌 지방의 인재육성 기반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구지역 한 사립대의 경우 지난 96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16명의 교수가 서울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매년 3∼5명의 교수가 이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교수가 서울로 이직한 사유에 대해 대다수가 보수나 대우보다는 "서울지역 대학이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지방의 몰락과 서울지역의 인재과점 현상은 고향으로 돌아오거나 지역에 남아 있는 우수인력에게도 자괴감을 심어주고 있다. 김태일 영남대교수(정치행정학)는"서울 인재집중 현상으로 어느덧 지역에 남은 사람들을 '촌놈'취급하는 경향이 만연해지고 있다"며 "이제 서울과점화현상은 인적배분의 불평등 구도뿐아니라 서울.지방간 심리적 콤플렉스 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柳承完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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