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격한 입장차만 확인

입력 2000-07-13 14:39:00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12일 종료된 북한과 미국 간의 제 5차 미사일회담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양측 간의 현격한 입장차이를 재확인한 채 아무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번 회담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이 첫 공식 접촉하는 성격의 협상이어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협상이 무산되는 바람에 미사일문제 해결은 장기 과제로 남게 됐다.

양측이 지난 10일부터 3일간 계속된 마라톤협상에서 종전의 입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다시 평행선을 달린 것은 쟁점에 대한 인식과 해법이 정반대인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양측 수석대표인 장창천 외무성 미주국장과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핵확산담당차관보는 이번 협상에서 북한 미사일문제에 대한 접근방법과 관련, '방패와 창'의 논리를 전개하며 팽팽히 맞서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장 국장은 미국이 수천 기의 미사일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해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을 독자적으로 개발, 생산하고 배치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주권에 해당된다며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아인혼 차관보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은 주변국을 위협하고 지역안보를 해치는 행위라며 미사일 수출은 물론, 개발까지 완전히 포기하라는 입장을고수했다.

미사일의 대외판매 중단에 따른 보상문제도 과거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협상진전을 가로막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방측의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난 해소를 위해서는 미사일수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외판매를 중단할 경우 정치,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게되는 만큼 상응하는 현금보상이 전제돼야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는 게 북한측 논리다.

반면 미국측은 미사일문제가 포괄적으로 타결될 경우 북한의 대외교류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금보상방안은 논의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국제사회의 당초 기대를 완전히 무산시켰음에도 불구,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한은 과거 회담 때와는 달리 이번 협상에서는 매우 진지하고 실리적인 카드를 제시, 진정으로 대서방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최대의 소득이라는 게 미국측 평가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타협점이 도출되지 않음에도 불구, 미사일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수 없으며 회담이 존속될 경우 그 자체가 북한의 미사일위협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실제로 북한과 미국은 이번 협상타결이 결렬됐음에도 불구, 조만간 제 6차 미사일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한편 콸라룸푸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사일문제에 대한 양측 간의 의견대립이 워낙 크기 때문에 조속한 합의점을 찾는 것은 현상태에서 기대하기는 힘드나 회담개최 자체가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협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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