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썩는 풀뿌리' 처방이 급하다

입력 2000-07-13 00:00:00

최근 검찰이 토착비리 수사과정에서 칠곡군의회 의장.칠곡군수.일부 군의원 등이 이권에 개입, 돈을 챙긴 사건은 단순한 '공직자 비리'로만 볼게 아니다.

올해로 5년째 접어든 이른바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제가 뿌리가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썩어가고 있는 일단의 대표적인 사례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뿐인가. 재선의 청송군수는 대법원 확정판결로 중도하차했고 영천시장은 시민단체 등의 사퇴압력에 굴복, 끝내 사퇴했다.

대구시 남구의회의장은 의장선거때 거액의 돈을 뿌렸다가 구속될 처지에 있다. 이 지방의회의장선출을 둘러싼 '선거비리'는 비단 대구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불거져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게다가 이들의 도덕성도 도마위에 올랐다. 그 대표적인게 지난번 고령군 의원들이 외유를 떠났다가 농민들의 혈세낭비라는 극한 반발로 끝내 경비일부를 자부담으로 하는 해프닝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행자부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의 지방의회의원들이 각종비리로 재판에 계류중인 인원이 270여명으로 나타났다. 또 집행부인 단체장의 경우 임창열경기지사, 최기선 인천시장을 비롯한 광역.기초단체장 32명이 구속.입건 또는 재판에 계류중이라 한다. 이 수치는 전국 단체장(시.도지사 16명, 기초단체장 232명)의 약 13%를 점하고 있다. 이래가지고 '지방자치'가 제대로 될리가 만무하다. 사법처리대상은 안된다해도 차기선거를 의식한 선심성행사나 예산도 자치제의 고질적 병폐라 하겠다.

자치제의 도입은 중앙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지방민들이 선출한 단체장이나 의회의원들이 그 지방의 특성을 살려, 지방발전을 꾀하자는데 있다면 우리의 현실은 '실패'하고 있다. 단체장은 막강한 권한을 개인치부 수단으로 활용하고 이를 견제해야할 의회는 조례제정, 사무감사권을 남용, 특정이권만 챙긴다면 이게 '비리복마전'이지 신성한 '지방자치'라 할 수가 없다.

문제는 멀게는 임창열 경기지사, 가깝게는 최재영 칠곡군수가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고도 그 직을 유지하면서 '옥중행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전까지 무죄추정주의가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일부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주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논리도 그 타당성을 얻어가고 있다. 또 재경부는 선심성 예산낭비방지법을 만든다고도 한다. 자치제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이상이다. 그렇다면 그 폐해에 대한 견제장치도 이젠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될만큼 지방자치는 지금 심각한 시련에 봉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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