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들 보스정치 탈피 관건

입력 2000-05-30 15:44:00

16대국회의 임기가 30일 시작됐다. 여야의 초.재선 당선자 2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제출하면서 16대국회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감에 부응했다.

이처럼 16대국회는 개원 직후부터 활발한 법안 제.개정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야가 영수회담을 통해 민생현안과 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에 노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입법활동이라는 국회 본연의 활동에 충실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권교체를 겪은 지난 15대 국회가 방탄국회 등 온갖 파행으로 얼룩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밀레니엄을 여는 16대 국회의원에게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는 국민적인 바람이 화두로 각인되고 있다.

16대국회에 처음 진출한 초선 의원의 숫자는 전체 273명 가운데 40.7%에 이르는 111명이다. 재선의원도 82명(34%)으로 국회개혁을 주도할 초.재선의원은 200여명이나 된다. 또 의원들의 평균연령은 50대가 113명으로 가장 많지만 40대 이하도 30%가 넘는 84명이나 돼 386세대를 비롯한 신진인사의 진출이 과거에 비해 두드러진 것도 특징이다. 정치개혁의 기본 토양은 갖춘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한나라당의 공천파동을 통해 계파보스들이 대거 낙천되면서 국회 재입성에 실패, 과거와 같은 보스정치나 파벌식 정치행태는 상당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인적구성부터 새로워진 만큼 국회운영은 당리당략보다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라는 것이다.

총선기간 위력을 떨친 시민단체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와 감시활동도 15대 때보다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 16대국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주요한 동인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원 구성'에서부터 불어오고 있다. 여야의 개혁그룹들이 국회의장 선출에서부터 완전 자유경선을 주장하고 있고 '선수(選數)파괴'는 의장선거 출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원로급이 아닌 한나라당의 서청원, 민주당의 조순형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젊은 국회'를 명분으로 내걸고 의장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크로스보팅제'는 이번 국회에서부터는 부분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야가 정권교체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어서 정책대결이나 소신에 따른 크로스보팅제가 도입되지 못했지만 여야 모두 국회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국회운영에 있어서 만큼은 적잖은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는 여성들이 비례대표 할당 등을 통해 16명이나 진출했기 때문에 여성과 가정.환경문제 등 좀더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입법활동도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처럼 국회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들 신진 인사들이 얼마나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고 배지를 가슴에 처음 달 때의 초심(初心)을 유지하며 의정활동에 임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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