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해독…국내연구 현황

입력 2000-05-27 14:42:00

우리나라의 게놈프로젝트는 한국인에 가장 많이 발병하는 위암과 간암의 정복에 1차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한국형 게놈프로젝트인 '게놈기능분석을 이용한 신유전자기술개발사업'의 유향숙 단장은 "우리나라의 인간유전체 연구는 위암, 간암을 유전자로 조기진단하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2010년께 치료신약후보물질 1, 2가지를 내놓는다는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 게놈프로젝트는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10년동안 민간과 정부에서 1천740억원을 투입해 추진된다.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게놈프로젝트는 출발이 한참 늦은 셈이다. 미 국립보건원(NIH) 등이 주축이 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초안이 6월 중순 발표될 예정인데 반해 유박사의 사업단은 6월초 연구자선정을 끝내고 7월초 과제에 착수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이처럼 출발이 늦은 데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의 게놈연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 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이 이미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간게놈분석을 완료하는 상황에서 자본과 기술, 인력이 태부족한 한국이 과연 어느정도 뒤따라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향숙박사는 "여러가지로 열약한 것만은 사실이지만 한국인의 질병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 연구의 독자성과 가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유박사는 현재 연구를 3단계로 진행할 계획이다. 1단계(1999~2003년) 핵심기반기술 및 한국인 특유의 유전자원 확보, 2단계(2004~2006년) 신규유전자의 정밀 기능분석 및 응용기술 개발, 3단계(2007~2010년)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 및 진단.치료기술개발을 목표로 해 2010년까지 한국인에 다발하는 위암.간암의 진단 및 치료에 의한 생존율을 10~30% 수준에서 60% 이상의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자료가 없어 여러모로 불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DNA칩을 국내에서 개발해 간암을 진단한다고 가정해 볼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칩에 들어갈 10만개 유전자다. 시험대상자의 간유전자 상태가 어떤지 비교할 대상이다. 그런데 10만개 유전자는 선진국의 손에 쥐어져 있다.

현재 인간 유전자 1개 샘플을 미국에서 구입하려면 24달러를 내야한다. 10만개를 모두 구입하는데 240만달러나 든다는 말이다. 다행히 1만개를 한번에 사면 단가를 6달러로 대폭 낮춰주기 때문에 10만개면 60만달러, 즉 약 8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비록 10만개를 모두 사들인다 해도 이를 병원에서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계약서에 규정돼 있다. 단지 연구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다는 의미다. 더욱이 미국에서 얻은 유전자 샘플은 미국인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한국인의 질환을 진단하려면 정상적인 한국인의 10만여개 유전자 샘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상황이 비관할만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유전자 한개를 분석하는 비용이 과거 12만원정도에서 2만5천원선으로 떨어졌으며 기간도 몇개월에서 하루로 줄었다는 것.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연구를 수행한다고 할때 경비를 예전에 비해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공학자들은 한국형게놈의 총사업기간인 10년중 처음 3년 정도의 시간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한국인 유전자의 중요한 부분을 무난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유전자를 이용한 바이오산업에서는 무엇보다 유전자원 확보와 인력양성이 가장 중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박사는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과도 협력해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미국에 인력을 파견, 선진국의 연구기술을 익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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