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국회 달라질까(1)-의미와 과제

입력 2000-05-26 00:00:00

'새 천년 첫 국회'인 16대 국회가 오는 30일부터 4년간의 활동에 들어간다. 1인 보스 중심의 정치와 여야간의 정쟁(政爭)에 떠밀려 무기력해 왔던 국회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과거 어느 때 보다 높은 가운데 의정활동 개선책이 상당 수준 보완된데다 개혁 지향적인 정치 신인들도 대거 당선됐다는 점 등으로 이번 국회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16대 국회 출범의 의미와 과제 △정치권 개혁 가능성 △운영 시스템의 개선과 한계 △지역 중진 의원들의 의정활동 포부 등의 순으로 새 국회를 미리 점검해 본다.

편집자

16대 국회는 '새 천년 첫 국회'라는 상징성에서 보더라도 국민들로 부터 정치권 개혁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떠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실제로 386 세대와 각 분야 전문가 등 정치 신인들이 대거 당선된데다 상시 개원체제 등 각종 국회 제도상의 개선책 등도 이미 적지않게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여건은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난 총선 과정에서부터 낙선운동 등으로 위력을 떨친 시민 단체들의 강화된 힘도 '일하는' 국회 상을 이끌어 가는 감시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변화된 상황만으로 새 국회 임기 4년 동안 여론에 부응할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낼 것으로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초선에 불과한 정치 신인들이 중진급 의원들과 당 지도부에 맞서 개혁 목소리를 계속 낼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국회제도 개선이란 것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따라 오히려 역풍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을 의식, 여야가 정국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거듭할 경우 국회는 일하는 곳이 아니라 정쟁(政爭)의 장으로 또다시 뒷걸음질 칠 수도 있다.

물론 정치 신인들의 개혁 목소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는 현상만은 고무적이다. 민주당 임종석 당선자는 "시민단체 등 각종 전문가 그룹과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책 입안단계에서부터 상설·비상설 협의기구를 구성, 저비용 고효율의 정책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했고 한나라당 원희룡 당선자는 "크로스보팅(자유 투표)제를 정착시킴으로써 여야간의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 대결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이들 초선은 여,야를 떠나 연대 움직임까지 가시화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들이 지도부 의중을 살피는 등 기존 정치권에 순치돼 가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들리고 있다. 상임위 배정문제만 해도 당선 직후엔 다수가 소신을 강조, 환경노동위 등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곳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로는 건교위나 재경위 등 소위 '물좋은' 곳으로 몰려 있다.

제도개선차원에선 지난 1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짝수 달엔 임시회를 개회토록 하는 등 연중 상시 개원체제와 전자투표제를 통한 표결 실명제와 법안 실명제를 도입, 충실한 의정활동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예산결산특위도 사실상 상설화한데다 국회 동의나 선출을 요하는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한 인사청문회도 실시되는 등 국회의 위상도 강화시켰다. 나아가 크로스보팅제까지 정착될 경우 의원들은 보스의 명령을 수행하는 '거수기'에서 벗어나 명실공히 '독립된 헌법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로스보팅만 해도 이를 위한 정치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의원 개개인은 특히,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 있는 사안일 경우 투표 결과가 공개된다는 점 때문에 소신보다는 보스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게 돼 오히려 1인 지배 정당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켜 줄 뿐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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