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항쟁 20주년을 맞아 5월 광주를 온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의 애달픈 삶과 그날의 역사를 소재로한 작품집이 나란히 나왔다.
작가 문순태씨의 장편소설 '그들의 새벽'(한길사 펴냄)과 시인 황지우씨의 희곡집 '오월의 신부'(문학과 지성사 펴냄).
집필 10여 년 만에 탈고한 문씨의 '그들의 새벽'은 80년 5월 27일 새벽, 그들은 왜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아서 죽음을 선택했는가 하는 의문을 밝혀내기 위해 쓴 작품.
밑바닥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시각에서 그려낸 최초의 광주항쟁 소설로 자리매김되는 이 작품에는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초라하고 외로운 영혼들이 등장한다. 구두닦이를 하면서 야학에 다니는 손기동을 축으로 호스티스 미스 진, 13살 나이에 총을 든 찍새 영구, 야학교장이자 하층민을 위해 목회활동을 하는 박지수목사, 정신장애 소녀 월순이, 철가방 박영철 등. 5·18을 배경으로 젊은 남녀의 사랑과 죽음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중심 스토리로 깔았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구두닦이, 양아치, 철가방, 호스티스, 택시기사, 공장 직공 등 희망도 없이 멸시받는 하층민 인생을 살던 그들이 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소설 전개과정에서 작가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자존심때문이었다"는 해답을 찾는다. 사회 밑바닥에서 내몰리고 버림받아온 그들이 죽음으로써 자존을 되찾으려고 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80년 5월 당시 상황의 실체적 진실을 최대한 드러내는데 중점을 둔 이 소설에는 서사 중심의 소설의 건강성을 회복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녹아 있다. 작가 문씨는 "되도록 실체적 진실을 수용하면서 이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당시 상황에 대응했는가를 그려 보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오월의 신부'는 폭력의 공포에 맞선 사람들의 심리상황을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부끄러운 인간들의 뒷 모습을 드러낸 희곡작품. 고립무원의 상황 아래 던져진 5월 광주 사람들이 겪은 내면적, 외면적 갈등을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다.
늙은 장요한 신부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이 극의 시간적 배경은 시민수습위와 시민군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5월 24일부터 계엄군의 도청 진압이 시작된 27일 새벽까지. 신분과 세계관, 인간적 약점 등에서 증폭되는 대립과 긴장, 알력과 갈등을 극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작가는 언제 어디서나 닥칠 수 있는 운명과도 같은 개연성을 갖고 '만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반성의 목소리를 날카롭게 건져 올리고 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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