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별 접근-부정맥

입력 2000-05-16 14:21:00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슴이 내려 앉는 것 같다… 누구나 이런 느낌을 가끔씩 받게 된다. 그때문에 "혹시나 내가 프로야구 어느 선수처럼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심장은 1분에 평균 60~100회 규칙적으로 수축함으로써 전신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관이다. 정상적인 경우, 심장이 평생동안 계속하는 이런 일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심장이 심하게 빨리 뛰거나 늦게 뛰는 경우, 또는 불규칙하게 뛰는 경우,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것을 부정맥(不整脈)이라 한다.

◇심장에 변화가 있다는 신호

심장의 정상적 박동은 동방결절로부터 시작되는 전기자극에 의해 촉발된다. 이 자극이 심방과 방실결절로 퍼져 나가고, 퍼킨제 섬유를 따라 심실의 근육에 시작신호를 보낸다. 부정맥이란 이런 자극의 시작과 전달 과정에 어떤 변화가 있다는 신호이다.

어떤 부정맥은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나서 전체 심박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도 있다. 그러나 심박동이 지속적으로 너무 느리거나 빠를 경우엔 증상을 느끼게 된다.

전문의들은 "정상적인 사람에게도 약간씩의 부정맥은 발생한다"며, "아무 위험 없는 일반적인 부정맥도 있고, 심장마비를 일으킬 정도로 심해서 즉시 적절한 응급 조치를 받지 못하면 의식 소실이나 사망에 이르게 될 정도로 위험한 것도 있다"고 말한다.

◇부정맥 증상의 유형

맥박이 분당 100회 이상 뛰는 빈맥, 반대로 60회 이하로 뛰는 서맥,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기외수축(期外收縮) 등으로 크게 나뉜다.

흔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슴이 방망이질 친다'고 표현되는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 빈맥이다. 이것이 있으면 심실에 충분한 피를 채울 수 없어 심박출 양이 감소한다. 때문에 실신할 수 있고 심하면 심장 급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맥박이 심하게 느려져 심장 박동수가 적은 서맥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어지러움증, 구토증, 전신쇠약, 실신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이때도 심장이 충분한 피를 보내지 못한다. 심하면 의식 소실,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가슴이 덜컹거린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다' '맥박이 한번씩 빠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규칙적 맥박 사이에 비정상적 맥박이 하나 둘 끼여 드는 기외수축의 증상이다.

◇부정맥은 치료하지 못한다?

심장에 아무 이상이 없는 정상인에게도 부정맥은 흔히 나타난다. 놀라거나 흥분했을 때가 그 예. 이같이 심리적 흥분에 의해 맥박이 빨라지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몸이나 심리가 흥분·긴장 상태가 아닌데도 비정상적으로 맥박이 빨리 뛰거나 심하게 맥박수가 적으면,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부정맥은 치료가 어렵다"며 방치해 두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것은 근거가 없고 무척 위험한 생각이다.

빈맥은 원인에 따라 전극도자 절제술이나 약물 등으로 치료한다. 심장 급사를 유발하는 심실 빈맥, 심실 세동 등은 심장으로 전기자극을 보내 정상 박동으로 돌아 오도록 하는 심실제세동기를 몸에 심으면 치료할 수 있다.

서맥도 심장박동 빈도를 증가시키거나 자극의 전도 속도를 증진시키는 약물로 치료한다. 인공 심장박동기도 사용되는데, 이 기계는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심장 안의 발전기를 대신해 전기신호를 발생시켜 박동의 규칙성을 유지케 한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신동구교수(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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