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속철도 차량 선정과 관련한 거액의 로비의혹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면서 당시 평가팀에 참여했던 관계자들과 핵심 결재라인에 있었던 고위층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알스톰사 로비스트들에 대해서만 수사가 이뤄졌지만 실제 불법 로비가 이뤄졌다면 차량선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에게 자금이 집중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시 고속철도 차량 평가제의서의 평가작업에는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24명), 교통개발연구원 등 국내 전문기관(13명), 미국의 벡텔 등 외국전문기관(18명)에서 모두 55명이 참여했다.
실무책임자는 김영호(金永浩) 고속철도공단 연구개발본부장이었다. 이들은 경기도 용평의 한 콘도에서 보름동안 최종 평가작업을 벌였다.
당시 평가요원으로 참여했던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 정용완(현 사업조정실장)씨는 "5차까지는 대우빌딩 공단 사무실에서 평가작업을 했지만 도청 등 보안문제로 용평으로 옮겼다"며 "평가팀 50여명은 경기 양평 리조트에서 보안요원들의 24시간 밀착감시를 받으며 평가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볼 때 로비설이 난무하던 시점에서 로비스트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을 실무자들이 있었겠느냐"며 알스톰사의 로비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따라서 고속철도사업이 건국 이래 최대규모의 사업인 만큼 차량 결정과정은 최고위층 의중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고 로비도 평가작업단 등 실무책임자보다는 결재라인에 있었던 최고위층에 집중됐을 가능성이 높다.
경부고속철도 차량으로 프랑스 알스톰사의 테제베(TGV)를 선정한 1993년 8월 당시 관가의 핵심 결재라인은 김영호 평가실무책임→박유광(朴有光.현 아더앤더슨회계법인 고문)고속철도공단 이사장 →이계익(李啓謚)교통부장관→청와대였다.
김영호씨는 당시 고속철도건설공단 연구개발본부장으로 평가요원들이 채점한 점수를 최종 집계했던 인물. 박유광씨는 김종구(金鍾球.작고) 공단 초대이사장이 5차까지 평가작업을 끝낸 이후 문민정부 초기 2대 이사장으로 발탁돼 차량을 테제베로 선정한 후 알스톰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고속철도 차량선정에 깊숙이 간여했다.
이계익 당시 교통부장관은 프랑스와 독일의 수주전이 극에 달했던 93년 2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에게 "테제베가 고속철도운행열차로 선정됐다"는 보고를 하고 재가를 얻었다.
그러나 테제베 결정 직후 차량선정과 관련해 외교적 차원에서 최고위층에서 결정한 뒤 형식적인 평가작업이 뒤따랐을 뿐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따라서 직접적인 결재라인은 아니지만 당시 청와대와 여권 실세 등 정치권에도 강한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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