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대기업 본사 지방이전 '헛구호'

입력 2000-05-11 00:00:00

정부가 대기업의 본사 이전을 강도 높게 촉구하고 나섰지만 중앙 경제부처를 지방으로 옮기거나 중앙정부 권한의 대폭적인 지방정부 이양, 은행 본점 지방 이전, 교육환경 개선 등 획기적 조치가 병행되지 않는 한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본사를 서울에 둔 연고기업의 미온적 태도, 인프라 미비에다 본사 지역 이전에 따른 불편이 큰 현 상황에서 대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옮길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동안 대구시의 본사 이전 요구에 '여건 미비'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해온 지역 연고 대기업들은 이번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학경영기술연구원 박종달 소장은 "본사가 대구에 있는 기업들도 오너들이 서울에 상주해야 유리한 현체제 아래서 대기업 본사 지방 이전은 기대할 수 없다"며 "지방에서도 수출 및 대정부 업무가 원활히 해결되고 정보 취득이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기반 조성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삼성상용차의 경우 96년 8월 창립 이후 줄곧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은 서울에 상주하는 등 본사 기능은 서울에 있다. 현재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해외투자자본 유치도 서울에서 이뤄지는 상황.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여론에 따라 본사를 서울에서 대구로 옮겨온 지역 연고 기업들중 대부분이 명목상 본사 소재지는 대구라도 실질적 본사는 서울에 두고 있는 형편이다. 지역 대형 건설.섬유업체들의 대표들도 대부분 서울에 상주하면서 자금 확보, 대정부 및 금융권 로비에 나서고 있는 실정.

모그룹 대구점포장은 "이익을 쫓는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기업활동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이전을 안하는 것이지 긍정적 효과만 있다면 왜 옮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법인세 5년간 100% 면제를 비롯한 세제, 금융지원, 배후도시개발권 등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지방이전기업 혜택 부여안 정도로는 지방이전 유인책이 될 수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채문식 사무국장은 "대기업들의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려면 중앙부처를 옮기거나 그 기능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하고 지방 교육 환경의 질적 성장을 도와서 기업들이 지방에서도 아무런 불편없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崔正岩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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