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생의 원리-미역국

입력 2000-04-25 14:31:00

미역에 대한 우리 민족의 애정은 각별하다. 예로부터 삼신상에는 그 국을 올려 순산과 아기의 장수를 빌었다. 산후 조리할 때도 빠지지 않았다. '고려도경'에는 고려인들이 귀천 없이 미역국을 즐겨 먹었으며, 중국인도 신라·발해에서 생산된 미역을 먹었다고 기록돼 있다. '본초강목'에는 미역국 끓이는 법이 적혀 있다. 이렇게 무기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미역을 서양에서는 최근에 와서야 '바다의 야채'라며 건강식품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말린 미역에는 단백질(15%), 탄수화물(35%), 미네랄(30%)과, 비타민A 전구물질인 카로틴, 비타민 B1·B2·C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다. 알긴산이라는 점질 다당류와 요드는 미역만 갖고 있는 특수 영양소. 알긴산은 식이성 섬유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유화성이 있어 영양소의 체내 흡수도 돕는다. 요드는 체온 및 땀의 조절, 혈액순환과 신진대사의 촉진에 관여하는 갑상선 호르몬의 주요 성분이다.

강한 알칼리성을 띠고 있다는 것도 미역의 장점. 식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과 알칼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나, 일반 음식물로 그 비율을 2대1 정도로 조절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역은 그 비율이 3.4대1이다. 알칼리도를 높일 수 있는 귀중한 식품인 것이다.

미역이 갖는 영양적 특성은 산모의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주 1, 2회는 이를 먹을 필요가 있다. 생일날 온 가족이 모여 그것을 먹는 풍습. 거기에는 일년에 한번이라도 미역을 먹자는 조상들의 식품학적 지혜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김순동 교수 (대구효성가톨릭대 식품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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