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대 0, 16대 0. 대구.경북을 합해서 27 대 0. 단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4.13총선은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우려가 높았으나 결국 싹쓸이가 현실로 닥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싹쓸이인가? 총선에 임했던 여야 각 정당이나 무소속의 전력을 비교.분석해봐도 또 출마자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27대0이라는 점수 차를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원인은 지역주의 내지 그 변종인 '반DJ감정'으로 귀착된다. 실제로 이곳의 반DJ 정서는 납세.전과.재산.병역.낙선운동 등 다른 모든 요소를 부수적이고 사소한 일로 만들어 버렸다.
호남의 '묻지마식 싹쓸이 현상' 또한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호남은 전체 29석 가운데 무소속이 4석이나 되는 '이변'을 낳았지만 알고보면 이들은 겉무늬만 무소속이지 민주당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호남의 29석은 사실상 민주당이 싹쓸이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호남의 싹쓸이를 비판하면서 한편으로 도덕적 우월감에 젖어있던 영남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유권자들은 65석 가운데 64석을 한나라당에 몰아줬다. 나머지 한 곳은 김대중 대통령이나 이회창 총재가 와도 당선될 수 없다는 '현대왕국'의 무소속 정몽준 후보 지역이었다. 싹쓸이였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양념 격으로 한 둘이 끼여 있던 것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완벽한 1당 독식으로 바뀐 것이다. 현상만으로 볼 때는 '눈에는 눈, 코에는 코'처럼 "싹쓸이에는 싹쓸이"로 대응한 것이 됐다.
물론 이설(異說)도 있다. 민주당은 4년전 총선 때 대구에서 1.4%를 얻는데 그쳤으나 이번에는 10.9%로 약진했고 경북에서도 1.6%에서 14.7%의 신장세를 보였다. 부산은 6.4%에서 15%로, 경남은 4.2%에서 11.8%로 지지율을 높였다. 수치상으로는 대단한 발전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한 표몰림 현상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더욱 강화됐음도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 지지율의 상승을 지역주의의 완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광주, 전북, 전남지역에서 4년전 7.5%, 23.4%, 17.7%이던 한나라당 지지율이 3.3%, 3.7%, 4.1%로 곤두박질 친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런데 싹쓸이 이후 지역에서 일고 있는 자성(自省)의 목소리는 무슨 의미인가?. 반DJ의 상징인 한나라당의 독식에 속이 후련해야 할텐데 택시기사나 가정주부나 학생이나 모두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나라를 다시 동서로 쪼개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상 초유의 싹쓸이라는 이번 선거 결과가 극도의 지역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유권자와 주민들을 이처럼 다시 한 번 생각케하는 계기라도 된다면 싹쓸이에 대한 궁색한 변명이라도 될지 모르겠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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