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총선, 그 뒷 얘기들

입력 2000-04-15 14:22:00

16대총선 결과 86명의 현역의원이 낙선, 현역의원과 새 인물의 비율은 54대46의 꼴로 절반이 물갈이 됐다. 여당의 중진의원인 이종찬, 조세형, 서정화 의원 등이 고배를 들었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세기, 김중위 의원 등이 낙선, 여야 뭉뚱그려 30여명의 중진급이 탈락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는 99명의 법조인들이 참여, 40%인 40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또 김만제 후보를 비롯한 4명의 전직 경제부총리 출신이 16대 국회 진입에 성공했으며 각료 출신 5명과 기업인 등 10%가 넘는 39명의 경제인 출신이 당선됐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에도 '지역구 당선'이라는 염원(?)을 이루지 못해 재계와 심한 불균형 현상을 노출했다.

한편 3당의 후보 공천 과정에서 위력을 과시했던 장을병(민주), 이택석(자민련), 양정규(한나라) 공천심사위원장이 모두 낙선, 결과적으로 '제 앞가림도 못한 꼴이 된 것'도 관심사다. 그러나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첨예하게 대립된 '양당 대결구도'이다. 여당인 민주당이 호남지역서 당선된 친여 성향의 무소속 4명을 끌어들이고 자민련과의 공조를 복원한다 해도 원내 안정의석인 137석에 못미치는 136석에 불과하다.

때문에 원내 과반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또 다시 인위적인 야당의원 영입을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대화와 설득을 통한 민주정치를 구현할 것인지….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을 제1당으로 밀어주면서도 원내 과반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또 여당에는 자민련과 공조해도 과반수가 미달되게 했다. 이것은 여야가 대결하기 보다 대화정치를 하라는 국민들의 지상명령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번 총선은 많은 이변을 낳았지만 그 중에서도 JP의 패퇴가 두드러진다. 정치적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이용, 재기에 성공했던 JP지만 이번 충청권에서의 자민련 패퇴는 그동안 JP신화에 치명타를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JP의 아성인 충청권에 도전, 8석을 확보한 이인제 위원장이 '뜨는 해'라면 JP는 서산에 지는 해라고나 할까.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이 땅을 지배해온 '40년간의 3김 지배구도'가 드디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본다해도 지나친 얘기는 아닐 것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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