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소박한 꿈이 이렇게 박살날 수 있습니까"대구시 동구 효목주공 재건축아파트 1천241가구 입주예정자들. 이들은 시공사인 보성이 부도를 낸 이후 입주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에 견디다 못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고 가정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을 떠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3년째다.
이들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키워보겠다고 재건축 분양을 받은 것은 96년 10월. 대부분 13평 짜리를 두배쯤 늘리게 됐다는 부푼 희망에 차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잠시였다. 아파트를 짓던 보성이 공정 20%에서 98년 부도를 냈다. 입주자 명의로 은행에서 가구당 최고 1억2천만원의 중도금을 미리 받아쓴 상태에서였다. 보성이 가구당 2천750만원씩 지급한 이주비 역시 입주자 명의의 대출금이었다. 그 두 대출금의 이자가 엄청났다. 그런 판에 보성측은 지난해부터 가구당 추가공사비 2천만원을 새로 요구하고 있다.
이모(59·여·동구 효목동)씨는 생전 처음으로 내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빚을 내 32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입주는 고사하고 보성이 당겨 쓴 4천500만원의 중도금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살고 있는 집마저 압류당했다. 더구나 2년전에는 남편을 홧병으로 잃고 파출부 생활로 연명하고 있다.
우희춘(60·남구 대명 2동)씨는 2년전 충격으로 왼쪽눈 포막염 진단을 받아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남편 월급 150여만원으로 2명의 대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박모(50·여·동구 효목동)씨는 지난 2년간 갚은 대출금 이자만 2천300만원에 이르렀다. 여기에다 최근 보증보험회사로부터 이주비를 갚지 않을 경우 월급을 압류하겠다는 통지를 받고 허겁지겁 빚을 내 2천750만원을 갚았다. 앞으로 대출금 원금과 빚 7천250만원을 갚을 길도 막막하기만 하다.
효목주공 재건축조합 사무실에는 남편에게 이혼당한 조합원, 집 잃고 행상으로 연명하는 사람, 월세·사글세방을 전전하는 가정 등 눈물겨운 사연들이 넘쳐나고 있다.
조합측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중 900여명은 재산이 거덜나 금융기관이 압류할 물건조차 없고 신용불량거래자도 40여명이나 된다.
이들 입주예정자들은 보성 부도 이후 3년 내내 시공사와 대구시 등을 찾아다니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지만 아무런 메아리도 듣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울 힘도 없습니다. 이렇게 속출하는 가정 파탄을 막을 길이 없습니까"
李鍾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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