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몰락 예견은 됐지만...

입력 2000-04-14 14:24:00

TK 자민련이 완전 몰락했다. 지난 15대 총선에서 대구(13개 선거구)에서만 8석을 휩쓸면서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자민련이 이번에는 한나라당에 그 자리를 고스란히 내준 것이다.

자민련은 대구 11개, 경북 16개 선거구에 각각 10명씩 모두 20명의 후보를 냈지만 당선자를 단 한명도 내지 못했다. 대구의 경우 수성갑 박철언, 남구 이정무 후보, 경북에서도 포항 남.울릉 강석호, 문경.예천의 신국환 후보 등이 선전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한나라당 분위기를 꺾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이같은 자민련의 몰락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다. 우선 공동정권 참여후 자민련에 대한 지역민심의 이반은 극심했다. 반 DJ 정서와 현 정권 인사정책 등으로 인해 지역민심이 일찌감치 자민련을 떠나 있었다.

때문에 자민련은 15대 대선 이후 치러진 4.2 보선 등 각종 재.보궐 선거때마다 참패를 맛봐야 했다. 게다가 현 정권 출범이후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굳어지면서 자민련의 설자리는 계속 좁아들었다. 결국 공동정권 참여라는 굴레가 자민련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게다가 선거전의 양당구도도 자민련에게는 커다란 부담이었다. 전체 선거구도가 민주당과 한나라당 양당구도로 흐르면서 제 3당인 자민련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민주당에 대한 견제심리 때문에 자민련 후보들은 도무지 역부족이었다. 한나라당의 낙하산 공천지역인 대구 남과 수성갑 등지에서 이정무.박철언 후보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같은 외부요인 외에도 자민련이 스스로 몰락을 자초한 측면도 강하다. 내각제를 고리로 DJP단일화를 성사시킨 자민련이 JP 스스로 연내 내각제 개헌 포기를 선언하는가 하면 선거전이 임박할 때까지도 공동정권에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선거에 앞서 TK의원들의 압력으로 공동정권 철수와 야당선언을 내놓기는 했지만 때는 늦어 버렸다. 지역 민심이 일찌감치 등을 돌린 상황에서 백약이 무효였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 자민련 후보들이 당 간판을 유지한 채 출마를 강행한데 대한 호의적 평가도 있다. 선거전에 앞서 거센 탈당압력에 시달렸지만 의리와 지조를 내세우며 정면돌파의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15대 대선후 신한국당으로 말을 갈아탔던 자민련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과는 다른 면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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