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컴도사 되면 안되나요

입력 2000-04-13 14:03:00

행주치마와 고무장갑만 어울리는 줄 알았던 아줌마들이 컴퓨터 마우스를 들고 거친 인터넷 바다로 나섰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편 출근시키고 컴퓨터 학원으로 향하는 걸음에 자신감이 발자국처럼 새겨진다.

주부 인터넷 교육이 시작된지 두 달째. 출석률 90%, '중도 탈락자 0' 대구·경북 96개(전국 769개) 컴퓨터 학원마다 주부들의 향학 열기로 후끈하다. 교육생이 밀리는 바람에 지난 2월 말에 등록하고 4월에 와서야 수업을 받게 된 주부도 있다. 주부 인터넷 교실은 가정정보화의 주체인 주부들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 정보 통신부(장관 안병엽) 주체로 지난 달 시작됐다. 1개월 학원 수강료는 3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주부들의 호응이 예상외로 높자 정통부는 내년 8월까지 교육대상 인원을 100만명에서 200만명으로 늘려 잡았다. 이를 위해 각 지방 체신청을 통해 지정학원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대구·경북 053)757-1132)

주부 인터넷 교실은 윈도 기초 교육을 비롯, 일상 생활과 관련있는 인터넷 홈쇼핑, 전자우편, 정보검색 등이며 많은 시간 할애가 어려운 주부들 입장을 고려, 교육시간을 월 20시간 이내로 제한했다. 또 가능한 많은 인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수강 인원이 모자라지 않는 한 연이어 다시 수강할 수 없도록 했다.

인터넷 교실 수강생들의 연령층은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학원에 와서 컴퓨터를 처음 만져보는 주부도 있고 아이들 어깨 너머로 훔쳐본 경험이 있는 주부도 있다.

중구 종로 1가 현대 컴퓨터 학원 교육생 이하자(59·남구 대명동)씨는"컴퓨터 '도사'인 딸의 개인 교습 덕분에 첨단의 상징 인터넷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중년 교육생 남성희(48·수성구 중동)씨는"아줌마들이 인터넷으로 수다를 떨 날도 머지 않았다"며 컴퓨터 좀 안다고 젠체하던 남편과 아이들을 향해 우스개 포문을 열었다.

인터넷 교실이 가져올 효과는 무엇보다 가사로 시간을 보내는 주부와 바깥에서 주로 생활하는 가족간에 새로운 대화의 장이 열린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초보단계로 획일화 돼 있는 인터넷 교실이 주부들의 수준에 맞게 다양해질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지정학원 명단은 정통부 홈페이지(www.mic. go.kr)와 한국 정보문화센터(edu. info21.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曺斗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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