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일시 과열인가 대세 상승인가

입력 2000-02-16 14:00:00

투기적 거래에 따른 일시적 과열인가, 산업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 대세상승인가.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이 지난 8일 이후 5일 연속 거래소시장을 앞지르고 경계매물을 거뜬히 소화해내면서 상승세를 이어가자 투자자들 사이에 포트폴리오를 코스닥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상승은 재래 굴뚝산업에서 첨단산업쪽으로 산업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향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상보적인 관계로 거래소 시장이 쇠퇴하는데 코스닥시장이 무한정 성장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관수 신흥증권 코스닥팀장=코스닥시장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전세계의 산업패러다임이 미래산업으로 바뀌고 있고 정부와 기업의 투자 우선순위도 하이테크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제조업이 쇠퇴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거래소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쉽지않다. 수급불안 등 장애요인이 많은데다 일반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을 거래소시장의 대체시장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 종합주가지수는 약세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지난 1월17일 기준, 외국인의 순매수가 8천800억원을 넘었고 기관과 일반투자 모두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일시적인 조정은 있겠지만 연말쯤이면 거래대금에서 거래소시장을 확실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승익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코스닥 강세, 거래소 약세라는 최근의 추세는 첨단산업의 약진이라는 전세계적인 현상이 반영된 것이다.

코스닥이 큰폭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2월들어 외국인의 순매수대금이 6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외국인이 떠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유입으로 급등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으로 추가적인 상승여력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경영내용이 비슷해도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보다는 코스닥등록기업의 주가가 더 높다는 것이 문제다. 코스닥 등록기업 주가가 실제보다 고평가 돼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같은 차별화 현상이 완화되면서 조정을 받기는 하겠지만 코스닥의 주도세력이 외국인과 기관들로 바뀌고 있어 점진적인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다.

▲서명석 동양증권 전략팀장=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이 2월8일 이후 5일 연속 거래소를 앞질렀다. 거래소의 시가총액이 350조이고 코스닥이 100조라는 사실이 코스닥시장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주식시장과 동조화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에 비춰 이같은 현상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경우로 볼수 없다.기술적 지표로 분석해보면 현재 코스닥시장은 단기적인 과열상태라는 진단이 가능하지만 이를 단순투기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리 주식시장도 세계적인 산업패러다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12월15일 279.14까지 상승했다가 올들어 1월20일에는 177.18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신규등록된 한통프리텔 등 지수관련 대형주들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1월초의 실제 지수는 400포인트 이상이 된다. 따라서 코스닥지수는 앞으로도 큰폭의 상승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종우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코스닥의 급등은 투기적 매매라는 것 이외는 별다른 설명거리가 없다. 비슷한 기업내용이면 주가도 비슷해야 정상인데 코스닥등록기업의 주가는 그렇지 않다.

산업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상승이란 해석도 보기좋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지난 87년 우리나라의 산업패러다임은 금융산업으로 바뀐다는 얘기가 돌면서 은행·증권주가 엄청난 강세를 보였으나 2년이 안돼 꺽였다. 96년부터 97년 상반기까지 신기술개발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관련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였으나 97년 8월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같은 전례로 보아 코스닥주가의 급등은 일시적 현상으로 밖에 볼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내릴 때도 역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일 것이다. 미국 나스닥시장 출범이후 30년동안 나스닥지수가 다우존스지수 상승률을 추월했던 것은 70년대말 이후 5년 정도 뿐이었다는 사실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 한다.

▲최태경 동원증권 코스닥팀장=코스닥시장이 급등하고 있기는 하나 거래대금이 거래소를 누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 이는 거래소의 투자자금 이탈, 즉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코스닥 편입비중 증가를 암시하는 것이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자 경계매물과 단기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왔으나 외국인들과 기관들의 매입으로 모두 소화됐다.

코스닥시장은 이후에도 장중 급등락이 계속되는 불안한 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다. 현재 지수가 전고점인 270포인트대에 근접해 있어 앞으로도 매물저항이 크겠지만 유동성이 충분해 물량소화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기술적으로 보아 현재 3.5%인 코스닥시장의 외국인비중이 10%로, 4.5%인 기관투자가들의 비중이 15~20%로 높아질때까지는 간간히 조정을 받으면서 계속 상승할 것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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