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라산 등산길은 곳곳 정체중!
선계를 넘나드는 듯한 환상적 설경에 흠뻑 취하려는 전국 등산객들의 발길이 밀리고 있기 때문. 시시각각으로 변덕을 부리는 날씨와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강풍 그리고 비눈으로 얼어붙은 빙판길도 한국 제1의 고봉을 오르려는 산행객들을 막지 못한다. 주말이면 정상(1, 950m)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
올해는 일찌감치 대설이 한라산 백록담을 감싸며 제주공항은 연일 등산복 차림의 산사람들로 북적댄다. 부모 손잡고 따라 나선 어린이들로부터 나이 지긋한 노(老)등산객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가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등산의 묘미는 눈덮인 산을 타는 것이기에 설경의 한라산 오르기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 추운 날씨와 강풍에 견딜 수 있는 방한차림과 아이젠, 장갑, 방한모자 등 겨울철 눈산행 장비는 필수다.
한라산 설경은 영실(3.7㎞, 1시간30분)과 어리목(4.7㎞, 2시간)·성판악(9.6㎞, 4시간30분)·관음사(8.7㎞, 5시간)코스 어디로도 좋지만 백록담은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로만 오를 수 있다. 영실과 어리목길은 윗세오름(1, 700m)까지만 산행이 가능하고 백록담 정상까지는 출입금지다.
눈길이어서 예정보다 1, 2시간쯤 더 걸린다. 특히 관음사 쪽은 등산로가 좁은데다 가파른 길목이 적잖고 적설량이 많아 체력소모가 커 가급적이면 오르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 한라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변덕스런 날씨와 안전을 위해 가능하면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하산하거나 관음사 코스를 피해 줄 것을 권한다. 성판악코스는 4코스중 최장인 만큼 다소 지루하지만 오를수록 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설경이 일품. 매표소를 출발해 속밭과 사라악 대피소까지는 벌거벗은 굴거리나무와 눈속에 빼꼼히 잎만 드러낸 산죽 그리고 삼나무의 설경이 등산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삼나무 터널은 사진찍는 명소. 사라악 대피소를 지나면서 구상나무와 주목군락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환상적 설경은 선계(仙界)에 들어선듯, 탄성이 터진다.
낮 12시부터는 백록담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12시까지 진달래 밭을 통과하지 않으면 정상구경은 못한다. 진달래밭 매점과 대피소에서 잠깐 언몸을 녹이며 간식도 챙겨 먹은 뒤 나서는 것이 좋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강풍과 변덕스런 눈보라가 몰아치기 십상이다.
구상나무 사이로 잘 다져진 비좁은 눈길을 걷노라면 하산하는 등산객과 교행이 힘들 만큼 곳곳서 빚어지는 정체현상으로 짜증도 나지만 사방 피어난 눈꽃 상고대를 보노라면 백록담을 보고 싶은 마음은 더욱 바빠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아래 철책의 나무계단길만 오르면 백록담. 그러나 빙판의 바위길이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궂은 날이면 강풍마저 불기에 숨쉬기조차 힘들고 제대로 서있는 것도 버거워 따뜻한 차 한잔이나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하산길에 눈덮힌 구상나무 아래 아늑한 공간에서 밥을 먹는 등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산길의 또 다른 재미중 하나는 비닐이나 비료포대 등으로 눈썰매를 즐기는 것. 눈썰매를 타기에 적당한 코스가 너무 많다. 하산길 눈썰매와 설경을 만끽하는 등산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동심의 세계로 젖어들게 된다.
鄭仁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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