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6대 총선 공천심사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신청자들의 로비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줄대기', '눈도장찍기' 등 전통적인 로비는 기본이고, 자체여론조사, 지지자 서명 등 신종 수법까지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여야 지도부 및 실세, 공천심사위원들은 설 연휴를 이용한 공천희망자들의 극성스런 로비 및 접촉을 피하기 위해 부심하는 등 여야 3당이 공천로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당〉 민주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들은 공천희망자들의 로비와 접촉제의를 거절하기 위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천 희망자들은 특히 설 연휴를 맞아 양주선물세트 등 선물을 갖고 핵심 당직자의 집이나 당사 사무실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이를 피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정균환(鄭均桓) 총재특보단장의 경우, 목동으로 이사한 후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어렵게 주소를 알고 찾아온 인사들에 대해서도 경비실에서 돌려보내도록 하고 있다.
또 김옥두(金玉斗) 사무총장은 2일 측근들에게 "선물 등을 일절 받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공천심사위원장인 장을병(張乙炳) 의원은 "공천희망자들이 전화를 하거나 의원회관 등으로 정신이 없을 정도로 찾아와 죽을 지경이며 중진들도 우연히 만나면 농담처럼 '선처'를 얘기한다"면서 "희망자들의 조급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심사는 객관성이 중요한 만큼 모두 물리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천권을 따려는 예비 출마자들은 공천심사일이 임박함에 따라 노골적으로 실세들에게 줄을 대기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강서갑 조직책을 신청했던 임삼진(林三鎭)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민정국장은 최근 "공천을 받기위해 장모를 모시고 핵심실세를 만나러 다니기도 했다"고 고백하면서 "이른바 '젊은피'로 충전된 많은 분들도 핵심 실세들의 비서관과 친해져 한가닥 정보라도 얻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새벽마다 유력자들의 집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임 전국장의 이같은 고백에 대해 '고도의 선거전략'의 일환이라는 비판도 당내에서는 나오고 있지만 실제 일부 '386 젊은 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경우에도 핵심 당직자를 찾아 로비를 펼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자민련〉 자민련은 아직 공천심사위를 구성하지 않았으나 '당의 오너'인 김종필( 金鍾泌) 명예총재로부터 낙점을 받기 위한 공천희망자들의 '물밑공세'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청구동 김 명예총재의 자택에는 연일 방문객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과 김현욱(金顯煜) 사무총장 등 '실세'에게 줄을 대려는 원외인사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김 명예총재가 일본 방문을 위해 출국한 이날 김포공항에는 '눈도장'을 찍으려는 현역의원들이 대거 출영했고, 김종호(金宗鎬) 김광수(金光洙) 김고성(金高盛)의원은 아예 김 명예총재의 방일을 수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김 명예총재는 "당선 가능성 위주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공천할 것"이라는 말 이외에는 공천과 관련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어 공천희망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현재 수도권과 영·호남·충청지역 등 전지역구에 대한 1차 공천심의가 거의 끝나가는 단계여서 핵심 실세들과 공천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출마 희망자들의 '줄대기', '눈도장 찍기'와 함께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한 '신종로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당사 6층 부총재실에 마련된 공천심사장소에는 공천신청자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찾아와 자신이 공천을 받아야 되는 이유들을 강변하고 있다.
이들중에는 자신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심사위원들에게 들이밀며 공천을 요구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대부분 자신에게 유리한 항목들로 실시한 '허위 여론조사'여서 심사위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음으로는 향우회, 종친회, 초·중·고 동문회 등 자신의 지지기반을 자랑하는 '과시형'도 적지 않다. 이들은 주로 지역 토박이들로, 적게는 수천명에서 많으면 1만명으로부터 받은 서명자료를 제시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과거 여러번 낙선을 경험한 정치꾼들의 경우 '낙천되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 '총재실 또는 당사를 점거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협박작전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당사를 팔아주겠다'거나 '5·6공 신당이 못뜨게 해주겠다'는 등 허풍을 떠는 사례들도 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공천심사위에 모든 것을 일임했다"며 공천과 관련한 접촉을 차단하고 있고,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 역시 최근들어 아예 전화를 받지 않을 정도로 공천잡음을 피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총재로부터 확약을 받았다"는 식의 '사전내락설'을 퍼뜨리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지역구 통합으로 현역의원간에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일부 지역구의 경우 상대방을 겨냥, "저쪽은 전국구로 갈 것"이라는 매터도(흑색선전)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공천심사위는 당초 설연휴직전 문제가 없는 현역의원 지역을 중심으로 1차심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여당보다 먼저 발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10일께로 미룬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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