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는 5일 실시한 논술고사에 대해 "현대의 물신주의에 따른 무한정한 속도경쟁의 역기능을 인간중심적인 사고로 돌이켜 보자는 의도에서 문제를 출제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는 또 수험생들에게 이미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정형화된 문제와 답안을 벗어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덧붙였다.
문제 수준에 대해 부산대는 지나치게 시사적이거나 논란이 있는 학설, 그리고 논술관련 참고서에 나타난 정형화된 질문이나 소재는 배제했기 때문에 고교과정에서 정상적인 읽기와 쓰기 교육을 받은 학생이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시문을 소재로 택했다고 밝혔다.
▲문제
현대문명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근거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아래 제시문에서 찾고, 문제점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제시문의 공통적인 논지가 결론이 되도록 논술하시오.
△제시문
(가)일정한 지속에 형태를 아로새기는 것, 그것은 아름다움이 요구하는 것일 뿐아니라 기억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형태없는 것은 파악할 수도 없고,기억할 수 없는 까닭이다.
느림과 기억사이, 빠름과 망각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상황 하나를 상기해 보자. 거리를 걸어가던 웬 사내가 문득, 뭔가를 회상하고자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발걸음을 늦춘다.
반면 자신이 방금 겪은 어떤 끔찍한 일을 잊어버리고자 하는 자는, 시간상 아직도 자기와 너무나 가까운, 자신의 현재 위치로부터 어서빨리 멀어지고 싶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 한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정도에 정비례한다.
(나)속도는 기술 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ecstasy)의 형태이다. 오토바이 운전자와는 달리, 뛰어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육체속에 있으며, 뛰면서 생기는 미묘한 신체적 변화와 가쁜 호흡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뛰고 있을 때 그는 자신의 체중, 자신의 나이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자신과 자기 인생의 시간을 의식한다.
인간이 기계에 속도의 능력을 위임하고 나자 모든 게 변한다. 이때부터, 그의 고유한 육체는 관심 밖에 있게 되고 그는 비신체적 속도, 비물질적 속도, 순수한 속도, 속도 그 자체, 속도 엑스터시에 몰입한다.
기묘한 결합-테크닉의 싸늘한 몰개인성과 엑스터시의 불꽃.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는가.
(다)만약 우리가 삶의 진정한 방향을 찾고자 한다면, 오늘날 시간이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생겨나면서 즉시 소멸되는 정보의 범람, 속도와 가속도에 대한 현대사회의 맹목적 신앙,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텔레비전 영상들은 어쩌면 시간을 빠르게 하거나 초월하게 하기보다는 시간을 잊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 물음이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순간 철학은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시간이 없으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추세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생각하는 느림은 철학적 가치가 아닐까.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