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부부 자진출두와 특검 수사

입력 1999-11-25 14:37:00

옷 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24일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과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 대한 조사와 함께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특검팀은 김씨 부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면서 "배정숙(裵貞淑)씨는 이미 검찰에서 기소됐고, 정일순(鄭日順)씨도 영장이 청구됐지만 이형자씨(李馨子)의 허위진술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 밝혀 옷 로비 실체에 대한 윤곽을 잡았음을 강력히 암시했다.

이날 김씨 부부가 밝힌 '사죄문'과 '김태정의 고백'에 따르면 이번 사건 최대쟁점이 됐던 호피무늬 반코트의 배달 및 반환과정은 '연씨가 외상구입 의사를 가졌다가 반환했다'는 것으로 굳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몰래 배달돼 뒤늦게 알았고 1월5일 돌려줬다" 는 연씨 및 주변인물의 진술 및 증언은 거짓말로 확인됐고 라스포사의 장부 조작도 드러났지만 특검측은 연씨의 개입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또 "선처를 바라는 말들이 있었지만 오해받기 싫어 교회까지 옮겼다" 는 김씨 부부의 소명이 사실이라면 옷 로비의 실체는 알맹이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배씨는 이형자(李馨子)씨를 상대로 구명로비를 벌인다는 명목으로 옷값 대납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 당사자들간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인 만큼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배씨측의 공개로 갑자기 튀어나온 옷로비 조사문건은 김씨가 연씨를 나무라는 과정에서 내던져진 게 배씨에게 건너간 것으로 확인됐지만 출처를 둘러싼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검팀은 이날 정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나머지 관련자에 대해서도 "(사법처리)범위를 확정키 어렵다" 고 밝혀 사법처리자가 더 나올 수 있음을 예고했다.

따라서 추가 사법처리는 청문회 위증을 문제삼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검팀은 이런 사실관계를 이미 공개된 청문회 증언과 면밀히 대조, 주요 증언별로 관련자들의 '위증 리스트'를 작성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에 대해 "세세한 부분은 빼고 큰 줄기를 봐야 한다" 고 밝힌데 이어"연씨에게 위증 혐의 적용을 검토중이지만 너무 약하고 변수가 많다" 고 말했다.또한 법원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위증죄는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한 만큼 특검팀의 실제 적용 여부는 미지수다.

반면 수사의 곁가지로 불거진 옷 로비조사 문건 출처의 경우 김씨도 속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아 이날 사죄문 발표가 오히려 궁금증을 부풀린 셈이 됐다.

특검팀은 "김씨가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는 것 같다" 고 말하면서 당초 추정한 출처인 사직동팀을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특검팀은 문건 출처에 대한 수사계속 여부는 "수사대상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어 당사자의 자백이 없는 한 어려운 문제" 라고 말해 크게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다.

김씨도 법률가 답게 이런 사정을 꿰뚫어 본데다 출처 보호를 위해 "사적인 문건이며 출처를 밝힐 수 없다" 고 밀고 나갔을 것이라는 게 특검팀 안팎의 관측이다.하지만 이 문건의 형식상 국가기관의 문서라는 냄새가 짙게 풍기는데도 출처 규명없이 그냥 덮을 경우 향후 특검팀의 행보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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