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을 읽고-류규하(약사·전대구시중구약사회장)

입력 1999-11-25 14:43:00

박상곤 소아과 전문의의 의약분업에 대한 기고의 잘못된 논리에 따른 독자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위해 이 글을 기고합니다.

의약분업이란 약의 오·남용을 막아 진찰은 의사에게 받고 약은 약사에게 투약받음으로써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약간의 불편함과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박상곤씨 기고에 의하면 의약분업은 찬성하나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나열해 놓았습니다. 어린 애기가 한밤중에 열이 많아 경기를 하여 의원 문을 두드려 진찰을 받고 멀리 떨어진 약국에서 또 문을 두드려 약을 지어 먹어야 하는 불편함을 지적하셨고, 주사약은 약국에서 사와서 맞아야 하는 불편함과 종합병원의 외래병실을 폐쇄함으로써 많은 외래환자가 처방전을 갖고 시중 약국에서 약을 투약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지적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보다 국민들이 받게 되는 혜택은 더 큰 것입니다. 불편하고 더 많은 경비가 들더라도 약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만 있다면 감수해야 마땅하리라 생각합니다. 의사의 처방전이 공개됨으로써 약의 오·남용이 사라지고 양질의 의약품이 처방됨은 모두가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병·의원에게 자체내 약이 투약된다면 얼마만큼 필요없는 약이 오·남용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또한 일반 의약품도 의약분업에 포함됨이 마땅하다고 주장하셨는데 애기가 열이 나서 의원에서 진찰을 받고 약국에 가서 약을 받으면 너무 불편하다고 하신 말씀과 너무 맞지 않습니다. 일반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없이 살 수 있는 박카스, 원비, 판피린액, 훼스탈 등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복용 가능한 의약품입니다. 그러면 박카스 한병 사기 위해 의원에 들러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사먹어야 된다는 말씀인지요? 국민이 불편하고 비용이 이중으로 들기에 힘들다고 하고선 일반 의약품마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언가 맞지 않는 것 같군요.연간 의약품 총 소비액이 7조이고 그중 약국에서 5조를 소비한다고 하셨는데 5조 중 전문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 아시는지 궁금합니다. 약의 오·남용으로 문제가 되는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등 전문 의약품은 병·의원에서 전체의 약80%를 소비시키고 약국에서는 약 20%를 소비시키고 있습니다.

새 천년을 맞아 소비자, 의사, 약사 모두가 불편과 손실이 온다 하더라도 더 큰 사회적 이익을 위하여 불편함과 손해를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개국 약사들도 개개인은 아마 90%이상이 분업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며, 약의 오·남용 방지라는 대명제하에 손해를 감수할 각오를 갖고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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