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한 방송사의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에 23일간 행정기관의 횡포에 맞서 소유권이전등기를 직접 해낸 인천의 김순희(34.주부)씨 사연이 소개됐다. 다음날 개설된 김씨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user.chollian.net/~n127)의 한달간 조회건수는 4천700여건. 부동산 등기에 대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반증한다.
지역에서도 스스로 등기를 해보려는 민원인이 늘고 있다. 한 등기소 직원은"하루 평균 1,2건에 불과하던 개별 등기가 얼마전부터 3,4건 이상으로 늘고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들이 부닥치는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까다로운 신청절차는 차치하더라도, 우선 필요서류를 준비하러 등기소나 은행을 돌다 보면 무조건 법무사에게 대행할 것을 유도하는 오랜 관행의 거미줄에서 벗어나기가 쉽잖다.
대구지법에 따르면 지법 등기과, 북대구.달서.중부.남대구 등 대구지역 5개 등기소를 통해 올들어 9월까지 접수된 부동산 등기는 모두 29만여건. 이중 90% 이상이 260여명에 달하는 지역 법무사들이 대행을 맡은 것이라는 게 법무사무소 관계자의 분석이다. 법무사에게 맡길 경우 법정 수수료만 해도 소유권이전의 경우 15만~20만원에 이른다. 이중 일부는 등기업무를 시민 스스로 처리토록 도움을 주는 '눈높이 사법서비스'만 갖춰져 있다면 절약할 수 있는 돈이다.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개인 스스로 등기를 하는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분양대금을 대출받은 경우엔 개별 등기를 하기가 아예 불가능할 정도다. 주택회사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 필요서류를 건네받기 위해선 대출은행에서'소유권이전협조요청서'를 떼서 제출해야 하지만, 은행은 이를 거부하는게 보통이다. 은행측은 개인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주택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주택회사 또한 입주민에게 지정 법무사를 통해 이전등기신청을 일괄처리토록 하고 있어 개별 소유권 이전 자체를 사실상 원천봉쇄하고 있다.
소유권이전등기시 주택채권의 매입액 계산도 큰 숙제거리. 민원인 편의를 위해 법원행정처가 채권계산을 해주도록 일선 등기소에 지시하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곳은 드물다. 일부 직원의 경우 채권계산조차 못해 법무사에게 문의하는 경우마저 있다.
채권액 산정이 어렵다보니 등기정보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9월부터 PC통신에 부동산등기컨설팅 정보를 제공중인 IP업체'이지컨설팅'은 최근 홈페이지(http://www.easyconsult.co.kr)를 개설한 데 이어 이달중 채권액과 과세시가표준액을 계산할 수 있는 셀프등기프로그램을 올릴 예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등기제도가 개선될 조짐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올 2월 개인도 쉽게 등기를 할 수 있도록 빠르면 올 상반기중 관련제도를 개선할 것이라 발표만 해놓고 구체적인 개선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등기업무의 간소화를 위해 각 구청에서 등록세를 고지할 때 과표액을 바로 기재해 주는 방안을 행정자치부와 협의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근본적인 개선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보장하면서도 정작 민원인의 편의를 외면하는 모순을 드러내는 우리 사법서비스의 현실. 애써 마련한 집을 자기 손으로 등기하고 싶은 서민들의 소박한 바람은 언제나 제대로 이뤄질 것인가.
朴炳宣.金辰洙.李宰協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