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경원(徐敬元) 전의원의 밀입북 사건과 관련, 당시 수사를 맡았던 현직검사를 조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이 이미 기소한 사안을 재수사하는 것 자체도 이례적인 데다 수사검사를 상대로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은 검찰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 내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수사팀이 강수를 둔 것은 당시 평민당 총재이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1만달러 수수및 불고지 부분에 대한 과거수사가 일부 부실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해 검찰 주변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검찰은 17일 오후 8시께 이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상형(李相亨) 경주지청장을 서울시내 모처로 극비리에 소환, 4시간동안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임승관(林承寬) 서울지검 1차장 검사는 "당시 수사기록에 서씨가 귀국한 당일 환전한 2천달러의 환전영수증 원본등이 누락돼 있어 조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수사팀이 서울지검 공안부 자료실을 뒤져 찾아낸 것은 2천달러의 환전영수증, 환전대장 사본및 관련자의 진술조서등이다.
당초 검찰은 서씨가 북한에서 받은 5만달러중 여행경비를 제외한 4만9천300달러를 국내로 반입, 9월 7∼8일께 평민당 총재이던 김 대통령에게 1만달러를 전달하고 3만9천300달러를 처제에게 맡겨 수시로 환전해 사용했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서씨가 2천달러를 귀국 당일 환전한 게 사실이라면 당초 검찰수사 결과는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서씨의 보좌관이던 김용래(金容來)씨는 재수사 과정에서 서씨가 귀국한 당일인 지난 88년 9월5일 2천달러를 받아 조흥은행 직원 안양정(安亮政)씨를 통해 환전했으며 당초 수사때 이를 입증할 환전영수증과 환전대장 사본 등 증거물을 제출했다고 진술했고 안씨도 이에 부합되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수사기록에는 이런 기록과 진술들이 첨부돼 있지 않아 김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정적인 물증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검찰은 전날 밤 이 경주지청장을 상대로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 경주지청장은 "당시 서씨가 귀국할 당시 5만달러만 갖고 있었는지 알수 없는 상태에서 귀국 당일 2천달러를 환전했다는 게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고의 은폐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임 차장은 "서의원이 귀국전 5만달러외에 다른 달러를 소지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느냐"는 물음에 "수사상황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만 밝혔다.
그는 그러나 "문제의 2천달러에 대한 환전표가 확보돼 (재수사 결과가) 지난 89년 공소사실과 상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당시 수사가 일부 허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향후 수사 진전에 따라 일부 증거물과 진술조서가 누락된 것이 고의적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당시 지휘선상에 있던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련자들의 증언대로 공안정국으로 몰아가기 위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면 단순히 주임검사 한사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당시 수사라인은 안강민(安剛民) 변호사(공안1부장), 김기수(金起秀) 변호사(1차장), 김경회(金慶會) 형사정책연구원장(서울지검장), 이건개(李健介) 자민련 의원(대검공안부장), 김기춘(金淇春) 한나라당 의원(검찰총장) 이었다.
또한 김 대통령에게 1만달러 수수혐의 등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력이 개입됐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도 과제이다.
검찰이 이날 당시 안기부장이던 박세직(朴世直) 의원을 전격 소환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즉, 서 전의원 검찰송치를 전후로 박의원이 안기부장에서 물러난 것이 이 사건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는 이번 수사를 놓고 '기소된 사건을 또다시 수사할 수 있느냐'는 내부의 반발 의견이 만만찮아 상당히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수사 결과 과거의 수사를 뒤집는 새로운 결과가 나올 경우 검찰 수사의 신뢰성이 또다시 도마에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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