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 '합의처리'에 발끈

입력 1999-11-16 15:05:00

여야 총무들이 15일 밤 국회정상화에 합의했지만 국회 본회의는 2시간30분이나 지연된 끝에 11시를 넘겨 가까스로 열렸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선거법은 정치개혁특위에서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여 처리한다' 는 여야 합의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민련 의원들에게 본회의 불참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선거법을 합의처리한다면 박총재가 주장해 온 '중선거구제'로의 선거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이 소선거구제를 고수하는 마당에 여야가 합의에 의해 중선거구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박총재는 그래서 이같은 합의문을 작성한 여권 수뇌부의 의중에 의심을 품고 발끈한 것이다.

이긍규 총무에게 "선거법 처리는 '합의'가 아니라 '협의'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지침까지 내렸지만 총무간 협상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선거구제에 정치적 사활을 걸고 있는 박총재로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박총재는 여야간에 선거법개정 문제를 협의하고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표결에 따라 여권 단독으로라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박총재는 국민회의 박상천총무와 김옥두 총재비서실장 등을 불러 "한나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소선거구제를 한다는 것인데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질책했고 이에 따라 여야의 합의사항을 의결할 본회의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박준규 국회의장까지 찾아와 박총재를 설득했다. 박총재는 결국 "합의처리는 정치개혁특위가 존속하는 기간동안만 유효하다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해석하는 선에서 물러섰다.

그러나 박총재의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다. 중선거구제 도입이 무산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박총재 스스로 정치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환 전수석부총재가 15일 충북대 강연을 통해 거듭 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등 분가 수순을 밟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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