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해 목숨을 구할 것인가, 말 것인가'. 소크라테스와 토마스 모어는 법정에서 이렇게 고민했다. 하지만 그들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 사람은 독배를 들었고, 한 사람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누구나 법정에 선다면 유죄선고를 앞두고 내면의 갈등을 일으킬지 모른다. 그래서 법정의 이야기만큼 극적인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민·형사 재판이건 정치 재판이건 모두 그렇고, 세인의 관심을 모으는 역사적 재판은 말할 나위 없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변호사 박원순씨가 쓴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한겨레신문사 펴냄)에는 세기의 역사적 재판에 얽힌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에서부터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 대한 재판까지 10개의 법정 드라마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인류의 양심을 시험했던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저자가 외국체류때 이들 재판기록을 접하고, 자료들을 수집해 엮은 책으로 1년동안 '세기의 재판'이라는 제목으로 강좌를 열기도 했다. 한국 근현대 재판사의 중요 인물들로 속편을 펴낼 계획.
이 책에서 독자들은 사건현장을 넘나들며 역사책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생생한 역사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유명한 '악법도 법'이라는 말과 함께 죽음을 자초한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와 화형당한 중세 100만 여성의 운명을 좌우한 마녀재판이나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외쳤던 갈릴레이 재판, 전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드레퓌스 재판,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외설로 몰아간 재판 등에 대해 자세하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택한 이유는?' '예수를 십자가에 매단 사람은?' '잔 다르크가 화형당한 죄목은?' '중세에 마녀가 많았던 까닭은?' '로젠버그 부부는 진짜 간첩이었을까?' 등의 물음을 던지며 새로운 역사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야기의 압권은 재판과 처형과정에서 잔 다르크 등 피고인들이 보여준 태도. 말 한 마디에 생사가 갈리는 순간에도 진실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 사람들. 이들을 법정에 세워 모욕하고 처형했던 자들이 어떻게 역사에 오명을 남기고 퇴장하는지, 그 뒷이야기를 확인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유죄를 선고한 당대의 법정들은 '역사의 희생자'들을 단두대로 화형장으로 보냈지만 이들은 다시 부활하고야 만다. 역전 드라마는 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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