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베티 블루'라는 이상한 제목을 받았지만 '베티 블루'(86년)의 원제는 'Le Matin 37°2''이다.
여자가 임신하기 가장 좋은 체온이라는 뜻의 '아침 37°2''.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주인공들은 어떤 결실도 갖지 못한다. 세상을 등진 뒤틀린 사랑은 병적인 히스테릭으로 발전하고, 한쪽이 한쪽을 죽이는 비극적 결말로 끝난다. 그렇지만 정신병원에 입원한 베티(베아트리체 달)를 죽인 후 조르그(장 위그 앙글라드)가 다시 글을 쓰는 장면은 사랑의 정수를 잉태시키려는 강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베티 블루'는 필립 데잔의 동명소설을 작가 자신이 시나리오화했고 프랑스의 장 자크 베넥스가 감독한 작품이다. 베넥스는 '디바'로 데뷔했으며 '베티 블루'로 크게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엠마뉴엘'의 재판이라 할 정도로 강력한 섹스신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아 세자르상 작품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86년 '베티 블루'는 외신의 '외설성' 보도에도 불구하고 그해 '신속하게' 국내 개봉됐다. 당시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검열이 느슨해진 탓도 있었지만 이런 영화가 국내 개봉된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러나 개봉된 작품은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오프닝 신이 뭉텅 잘려나갔다. 롱 테이크로 잡은 베티와 조르그의 섹스신. 영혼을 빨아들이듯이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장면이다. 주인공들의 순수한 영혼을 대변하듯 흡사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영상이엇다.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의 오프닝신(장국영과 양조위의 동성애 장면)에서 이를 차용했으나 공교롭게도 두 오프닝신 모두 국내에서는 가위질 당하는 운명을 맞았다.또한 빈번하게 등장하는 성기노출이 군데군데 잘리면서 가브리엘 야드의 음악마저 '레코드 판이 튀듯'해 안타까운 영화였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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