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40여년전의 이야기이다. 내 친구는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던 끝에 어렵사리 고시에합격했다.
그 친구는 술자리에서 의기양양하여 이말저말들을 늘어 놓았다. 그의 말은 앞으로 판사를지망하겠다고도 하였고 자신의 약혼자에게 1년안에 피아노를 사줄 것이요, 3년안에 집을 장만하겠다고 약속했다고도 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그때는 무심코 들어 넘겼지만 가끔 판검사의 비리가 불거질때마다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과연 그는 판사가 되었고 나같은 문필가는 엄두도 못낼 집을 마련해 살고 있었다. 그의 월급이 얼마일텐데 그런 집을 소유하고살만한지는 굳이 따져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디 그 판사친구의 경우만 이러한가? 그야말로 극히 일부의 판검사를 빼고나면 이렇게 사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상식에 속할 것이다.
지금 한 변호사가 돌린 떡값으로 세상이 떠들석하다. 1년안에 몇 10억원의 변호사 수임료를챙겼다는 것은 보통 상식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변호사들은 부당한 방법으로 수임료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
내 친구의 부인은 남편이 죽고 난 뒤 억울한 송사에 걸려 승소했으나 재산의 절반쯤을 찾았다. 그런데 그녀는 변호사가 왜 반절쯤을 찾게 되었는지 소송경비는 얼마 들었는지 전혀 일러주지 않더라고 말하였다. 다시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싶으나 재판이 지겨워 포기하고 말았다고 하소연하였다.
이따위 변호사들의 비리는 예를 드는 것이 오히려 번거로울 지경이다. 그들 속에 극히 일부양심적인 변호사들은 시민들과 함께 비리 변호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도 변호사들이 회원으로 있으면서 법조계의 불법 비리를 규탄하면서 그 개혁의 방안을 연속 내놓고 있지 않는가? 변호사들은 판검사들에게 명절이나 이임을 할때마다 이른바 떡값을돌렸다. 나라가 떠나갈 듯이 요란하게 수사를 벌였는데도 그 떡값의 액수는 최고 몇 백만원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감히 말하거니와 소가 웃을 일이었다. 시민들도 그런 수사결과를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런데 그 당사자들은 오히려 관행이라거니 표적수사라거니 하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관행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겸허한 반성은 찾아볼 수도 없다. 그들은 떡값을 받고 그변호사의 수임사건에 영향을 끼쳤다는 반성의 발언이라도 있으면 이 시대의 청백리(淸白吏)로 모시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관행은 너무나 오래 우리의 역사와 사회를 오도해 왔다. 예전시대에도 뇌물은 성행했다. 이 뇌물을 어느 누가 그럴 듯하게 '인정(人情)'이라고 불렀다.운치가 있었다고나 할까?
권문세가에 이권을 청탁할 때나 줄을 대려고 번질나게 찾아가는 것을 분경(奔競)이라 불렀다. 분경에는 어김없이 인정이 따라 붙었다. 이를 역대 임금들은 엄한 금령을 내려 틀어 막으려 하였으나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인정과 분경은 일제시대와 해방후에도 그대로 관행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다만 이름이 명절에 필요한 떡값으로 격이 낮추어졌을 뿐이다.어느 시대나 공직자는 한치의 사정이 끼어서는 그 본분을 저버린다. 더욱이 민주적 가치는공직자의 청렴을 그 제일의(第一義)로 한다. 정말 오늘의 판검사의 월급이 생존의 최저 수준에 있는가? 그들도 삶의 물질적 질을 높일 자유도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뇌물과 떡값으로보충할 것이 아니라 그 직을 떠나 다른 직업을 선택하라. 또 변호사들은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데도 세금의 혜택을 누려왔다. 그래서 조세형평의 원칙에 따라 정당한 세금을 매기려는입법이 추진되었다. 그러자 변호사 회장들은 한결같이 부당하다고 항변하면서 그런 입법을막겠다고 호언하였다. 이정도면 정의를 실현한다는 법조인들의 집단이기주의의 수준을 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을 맡은 사람들이 썩으면 그 사회는 곪아터진다. 그래도 정치적 중립을 강하게 주장하고 자기 집단의 비리를 결연히 개선하려는 젊은 법조인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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