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관계의 새출발

입력 1998-10-09 14:28:00

한.일 두나라의 정상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공동선언'을 발표했다. 11개항으로 된 공동선언문을 살펴보면 비록 외교수사(外交修辭)로 표현된 부분도 많지만 대체로 진일보한 내용들이다. 미흡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일본정부의 솔직한 표현을 문서화한 것이라든가 '행동계획'에서 밝혔듯이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한 점등은 크게 주목되는 바다.특히 두나라의 경제협력이 절실하고, 우리쪽이 더 다급한 상황에서 일본수출입은행을 통한 30억달러 차관을 약속한 것은 이번 김대중대통령의 정상외교활동중 가장 돋보인다. 일본 재계에서도약 20억달러규모의 투자 및 상품구매 논의가 있었던 점도 고무적이다. 일본도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하나 세계 제1의 채권국인 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지원에 적극 나서게 된다면, 우리경제도 숨통이 트이게 마련이다. 경제대국 일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인식하게된다.

선언적인 공동선언문을 뒷받침한 43개항목의 행동 계획에선 대북정책공조.민간투자촉진협의회개최.청소년교류.일본문화개방을 위한 협의회구성 등 한차원 높인 추진방안이 포함된 것은 과거 여러차례 있었던 양국 정상회담에서 보지못했던 내용들이다. 청소년교류문제만은 지난93년에도 두나라정상이 합의한 바 있으나 흐지부지 된 적이 있다.

일본 정부로부터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사죄를 받아내고 이를 문서화했다고 해서 국민들의 응어리가 풀린 것은 아니다. 종군위안부문제나 일본의 역사교과서기술(記述)문제 독도문제등현안이 일괄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두나라 정부차원의 실무협의도 진척이 돼야겠지만,무엇보다도 양국 국민들의 열린 마음과 상호이해가 필요하다. 김대통령은 일본 국왕 초청을 2002년 월드컵이전에는 성사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으나 분위기조성이 쉽게 될지 여부는 국민들에게 달려있다.

김대통령이 몇차례 연설할 기회가 있었는데 의회에서 한 연설중 일본문화개방의지 표명에 가장많은 박수를 이끌어낸 것은 이 문제가 또하나의 주요현안이 되고 있음을 알 수있다. 문화도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흐르는 물의 속성과 같아 우리로서는 안전 및 충격완화장치가 필요할 것이다.양국간의 불행한 과거사는 이 세기에 마감짓고 새로운 21세기를 맞이하고자 하는 두나라 정부의의지가 양국 국민들에게도 두루 공감대를 이뤄 협력이 크게 증진되길 바란다. 김대통령의 실리추구 외교가 좋은 결과를 낳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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