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겹사돈'도 괜찮나

입력 1998-09-23 14:00:00

과연 '겹사돈'을 맺게 될까. MBC가 내년2월까지 연장방영할 오후8시30분 일일연속극 '보고또 보고'에서 친형 기정(정보석 분)과 여동생 은주(김지수 분), 기정의 친동생 기풍(허준호분)과 은주의 친언니(윤해영 분) 금주가 각각 결혼 골인을 향해 달려가면서 '겹사돈'이 윤리논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라마상의 양쪽집은 모두 학식과 교양을 갖춘 모범적인 가정으로 표현되고 있으나 그 내면을 보면 형제 자매, 그리고 부모와 자식간에 현시대에 절실한 대화가 없어서 지금과 같이있어서는 안될 사랑이 자라고 있다.

'사랑을 위하여' 두커플을 모두 결혼시킨다면 형과 아우, 또는 언니와 여동생은 처가와 시댁에서 관계가 달라지고, 호칭도 달라진다.

경북대 한문학과 김시황교수는 "그것까지도 이해를 한다고 치자. 자식대에 가면 큰집의 아이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형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외가에 가면 손아래 이모부가 돼있으니, 사랑을 위하여 그런 혼란과 가치관을 무시해도 괜찮으냐"고 되묻는다.

김교수는 처가에서 처제가 본가에서는 형수가 되고, 시댁에서는 시동생이 친정에서는 형부가 되는 불투명한 관계는 '인류화합과 종족 번성'을 위해 좋지 못하다고 주장한다.젊은 네티즌들은 호칭이나 관계가 어찌됐던 두 커플을 다 결혼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 사랑만이 중요하지 예법이나 인간관계는 다 무시해도 좋다는 다소 위험한 발상까지 등장, 가치관의 변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예로부터 '누이바꿈'이라고 하여 두집딸을 맞바꾸어 사돈관계가 겹치는 경우는 있지만 친형제가 친자매와 순서가 뒤바뀌어 결혼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한다. 지휘자 정명훈씨가 큰누나인 첼리스트 정명화씨 남편의 여동생과 결혼한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양집안의 딸을 서로 바꾼 셈이다. 대표적인 누이바꿈으로 인한 겹사돈이다.

겹사돈의 사전적 의미(국어대사전, 이희승 지음)는 혼인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인척을 사돈,이 사돈관계가 중복되는 것을 겹혼인이라하며 흔히 사촌간의 형제가 자매와 결혼하여 자매가 사촌동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친형제 자매간에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하지만 영 없지는 않다. 성악가 박인수 안희복부부와 박씨의 셋째동생 정수씨, 안희복씨의동생 희상씨가 결혼했고, 박교수의 아버지 박종순씨도 겹사돈이다. 박교수의 외삼촌과 고모가 결혼했다. '보고 또 보고'의 기정·은주와 기풍·금주 처럼 자매순서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겹사돈이다. 일부에서는 이런때는 겹사돈이 아니라 이중사돈이라고 해야한다고 말한다.이외에도 일부에서는 딸을 시집보내는 집안은 아무래도 기가 죽는다고 하여서 설사돈, 아들을 장가보내는 집안은 앉아서 큰소리를 친다고 하여 앉을사돈이라는 말도 있다.이는 가부장적인 전통과 며느리 학대에서 비롯된 구태로 며느리를 데려오는 것을 대단한 고마움으로 생각하는 똑바른 집안에서는 설사돈, 앉을사돈을 구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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