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고향-포레스트 검프 미워싱턴DC

입력 1998-05-30 14:04:00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무대는 어느 한 곳이 아니다. 그 무대는 미국 땅덩어리 전체다.포레스트. 그가 단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그의 '가장 특별한 친구'이자 '하나뿐인 친구' 제니가 훌쩍 그의 곁을 떠난 뒤 포레스트 검프는 '아무 특별한 이유없이' 그저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네 어귀까지, 그러다가 그의 고향 그린보로 끝까지, 그러다가 앨라배마주 끝까지, 결국은 대륙을 횡단해서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해변 태평양 바닷가까지 뛰었다.그리고는 그대로 뒤돌아서서 대서양 해변까지, 그렇게 하기를 모두 3년2개월14일 16시간동안 그는 미국 대륙 전체를 그저 달리기만 했다. 그러니까 미국대륙이 온통 '포레스트 검프'의 무대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큰 줄거리를 엮어주는 무대는 앨라배마주 그린보로, 조지아주 사바나, 그리고 워싱턴DC를 꼽을 수 있다.

그린보로는 IQ 75의 포레스트 검프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 동네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당하면서 '바람처럼 달리는 것'을 처음 배웠던 그린보로.

또 이곳은 포레스트의 '엄마'가 세상을 뜬 뒤 제니와 다시 만나 그가 말했듯 그의 인생에서'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사바나는 포레스트가 독백하듯 그의 지난날을 앉아 얘기했던 바로 그 벤치가 있는 곳. 영화'포레스트 검프'의 포스터에 등장하는 벤치가 바로 그곳이다.

포레스트가 제니를 다시 찾아 어린 '포레스트 검프'가 그의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는 충격에굳어진 채 한참만에 "그 애는 영리한가"라고 눈물을 애써 삼켰던 그 감동의 장면도 바로 사바나를 무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았던 사람이라면 단 그 무대는 워싱턴DC라고 말한다.관객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장면이 바로 워싱턴DC에서 포레스트와 제니의 극적인 재회 장면이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정면, 워싱턴기념탑과의 사이에 길게 뻗어있는 인공호수. 정확한 이름은 '링컨기념관 반사 호수'로 수면에 거울처럼 링컨기념관을 비쳐내도록 지어진 무릎 깊이의 인공호수다.

링컨기념관쪽에서 보면 이곳 인공호수에는 워싱턴기념탑과 멀리 보이는 국회의사당 돔이 맑게 비쳐져 이곳은 워싱턴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꼽힌다.

포레스트는 베트남전쟁에서 포화를 무릅쓰고 죽어가는 전우들을 구출해낸 공로로 무공훈장을 받는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 참전을 반대하는 반전시위가 한창이었던 때. 포레스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반전시위대에 휩쓸려 링컨기념관 앞 계단에 마련된 연단에 서게 된다."내가 전쟁에 대해 말할 것은 오직 한가지 뿐입니다"

어느 미군 장교의 고의적인 방해로 마이크는 꺼지고 만다. 마이크를 겨우 복구했지만 포레스트는 "내가 전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오직 한가니는 이것뿐입니다"라고 말을 맺고 만다.사회자가 그제서야 포레스트의 이름을 묻고, 시위대가 '검프'를 연호하기 시작했을때, 멀리서 메아리처럼 '포레스트'를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제니. 그녀가 시위대 사이로자로 잰 듯 반듯이 뻗어있는 인공호수 안으로 뛰어든다. 포레스트는 허겁지겁 시위대 사이를 헤쳐나가 호수안으로 달려든다. 두사람은 무릎까지 물에 잠긴채 극적인 재회의 포옹을나눈다. 포레스트는 이때를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워싱턴이 '포레스트 검프'의 주무대가 될 자격이 있는 이유는 비단 이 클라이막스 장면때문만이 아니다.

저능아 포레스트가 풋볼선수로, 베트남전쟁의 영웅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탁구선수로 '성공'했을때마다 늘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역대 대통령들이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그의 첫 백악관 방문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더욱 유명케 했던 복수촬영 장면으로 선명하게 기억된다. 포레스트역의 배우 톰 행크스와 케네디대통령이 정말로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특수촬영으로 만들어냈던 것.

유명 대학풋볼 선수로 처음 백악관 파티에 참석했을 때, '무엇보다 목이 말랐고 두번째로는공짜였기 때문에' 지금으로 치면 '코크'에 해당하는 '닥터 페퍼'를 무려 15병이나 들이켠 포레스트는 막상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면서 '기분이 어떤가'라는 대통령의 물음에 "오줌을 눠야해요"라고 '솔직히'대답했다.

베트남전 참전으로 무공훈장을 수여받기 위해 두번째로 백악관에 갔던 그는 존슨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뒤 '궁둥이'에 총알을 맞았다는 포레스트의 대답에 대통령이 "그 부위를보고싶은데"라며 귓속말로 농담을 건네자 멈칫 멈칫하던 끝에 정말로 엉덩이를 내보이고 만다.

제퍼슨기념관이 건너다 보이는 포토맥강의 '타이들 베이진' 호반 길을 따라 포레스트와 제니가 하루저녁 산책을 같이했던 장면이 있어서 '포레스트 검프'는 워싱턴을 더욱 기억하게한다.

이튿날 제니는 "나는 언제나 너의 여자로 남아있을 거야"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반전시위대를 따라 대형버스에 몸을 싣고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사랑하는 여인을 그저 바보처럼 떠나보냈던 그 이별의 장면 역시 이곳 '타이들 베이진'의 보트장 주차장이 그 현장이다.링컨기념관 앞 광장은 과연 워싱턴 최고의 명소답게 여느때처럼 관광객이 넘쳐난다.문득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속에 '포레스트 검프'라는 말만 뚜렷이 귓속에 박힌다. 한 단체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인공호수를 가리키면서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얘기하고 있다.

그들은 이태리에서 온 관광단이라고 했다. 과연 그 이태리 가이드가 가리키는 방향은 '포레스트 검프'의 클라이맥스 장면과 앵글이 흡사하다.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그처럼 모든 이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놓았다.〈워싱턴·孔薰義특파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