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규제 풀어 기업인 허리 펴게

입력 1997-12-31 14:28:00

우리나라 경제가 왜 이 지경이 됐는가. 정부의 일관성 없는 경제정책, 은행들의 주먹구구식 대출관행, 기업의 과도한 차입경영 및 문어발식 확장이 주원인이라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기업들의 생산활동을 장려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기업들 위에 군림할 수 있을까하는 공무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생존노력을 깔아뭉개는 각종 규제들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는 적극적 사고방식 대신 '나의 말발이 먹혀들 수있을까'를 고민하는 공직자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신기술을 개발하고 공정을 개선하기보다 로비에 더 많은 신경을 써온 것이 사실이다.

대구시청 4층 화장실에는 얼마전까지 '미련한 공무원들아, 한두번이면 될 일을 가지고 사람을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불러 고생만 시키나' 하는 민원인의 불만이 쓰여 있어 공직자들의 대민업무에대한 한 단면을 보여주게 했다.

한번 지침이 마련되면 기업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쳐도 오로지 원리원칙만을 내세우며 도대체개선을 하려 하지 않는다.

주택건설업체들이 꾸준히 주장해온 1가구2주택 양도세 중과 해제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분양 물량이 장기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려면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구매를 하도록 해야 하는데 양도세가 중과되기 때문에 아무도 구입하는 사람들이 없는 실정.

주택업계는 "한시적으로라도 1가구2주택 중과를 해제했다가 다시 투기가 일면 과세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업계를 도와주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공직자가 없다"고 한탄했다.발표만 있고 실행은 없는 정부 정책 때문에 기업들은 손해를 보고 정부정책 불신현상은 심화되고있다.

직물업계는 워터제트직기를 폐수배출 시설로 규제하는 것등을 뼈대로 한 수질환경보전법 시행규칙(96년개정)이 올해 1월7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생산차질은 물론 경비부담이 가중된다며 직조(織造) 시설을 폐수배출시설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현실을 무시한 규칙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관내 30개업체의 배출수를 분석한 대구경북견직물조합은 워터제트직기에서 나오는 물이 허용기준치보다 낮아 환경공해와는 상관없고 일본도 환경관계법의 규제대상에서 직조시설은 제외돼있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했다.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이나 출연금등도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 민선자치단체장 출범이후 오히려 이런 준조세 금액들이 강화됐다. 임기가 보장돼 있는 단체장들에게 밉보일 수없기 때문.

대표적인 예가 제3섹터 방식으로 건립하고 있는 대구종합무역센터와 민간기업들의 출연금을 모아출범한 대구신용보증조합.

한 기업인은 "솔직히 참여하지 않고 싶었지만 지방정부와 등을 져서는 어떻게 기업활동을 제대로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 때문에 출연금을 냈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대표는 "IMF시대에는 무엇보다 공직자들의 자세변화가 있어야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며 "이런 토대위에서 21세기 새틀을 준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崔正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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