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활원 여름산간학교

입력 1997-08-01 00:00:00

어린이일수록 여름 가족 피서를 기다린다. 신나는 물놀이, 어쩐지 해방된 듯한 피서길 분위기….그러나 부모가 없는 어린이들은 어떨까? 흔히 말하는 '명절이 더 서러운 아이들'.31일 청송군 안덕면 지소계곡. 천진한 아이들의 함성이 계곡을 떠나보낼 듯 울렸다. 캐치프레이즈'날마다 새롭게 태어나 고운 꿈과 희망을 가지자'. 애활원(원장 이상구·대구시 수성구 파동)의여름 산간학교였다.

어렵사리 도심에서 벗어난 80여 아동들. 부모 사랑을 받지 못해 늘 목마른 아이들. 하지만 오늘만큼은 배가 부르다. 원장 아버지도, 보모 선생님도 꾸중하지 않는다. 싸움을 해도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켜봐준다. 종하와 효준이(초등6)가 주먹다짐을 할 때 선미누나(고3)는 함께 사는 방법과질서를 얘기했다.

참길복지연구회 정학씨, 남구의회 장택진의장을 비롯한 수십명의 후원자들도 함께 어울렸다. 준비에 쉴틈이 없었던 주방 이춘옥아줌마(56)는 아이들의 '먹성'에 놀라기만 한다.조별 장기자랑대회. 병일이(18)는 학교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춤솜씨를 뽐냈으나 친구들은 '영 아니다'는 표정을 지었다. 체육선생님이 꿈인 영주(여중2년)는 장기자랑보다 '고향 가는 길' 담력시험이 훨씬 짜릿했다며 '큰 간'을 자랑했다.

애활원 가족들에게 최고 인기를 끈 것은 물놀이. 물을 안마셨다고 우기다 끝내 '꼬로록' 트림을하는 진근이(7). 방학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조르는 민우(초등3). 물을 먹이고 먹히는 순간이었지만 모두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한낮 매미가 깊은 잠에 빠지고 텐트주위의 물소리가 밤을 깨울 때 아이들은 촛불을 들고 모닥불앞에 모였다. 가슴에 묻었던 꿈과 희망을 별님에게 소근댔다. 노래하고 춤췄다. 장작불이 지펴지자 이들은 모두 '불꽃'이 됐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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