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세풍'-현실대책으로 후보 평점을

입력 1997-07-24 14:42:00

"홍종흠〈논설주간〉"

한보부도를 시작으로 재벌기업의 연쇄도산와중에 치러진 여야3당의 대통령후보 지명대회는 당원들에게는 한바탕 축제였는지 몰라도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했을 것이다. 물론 경제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치러야할 선거는 치러야하고 더 나은 후보를 뽑을 수 있다면 기뻐해야할 것이다. 그러나지금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민생문제와 경제문제인데 정치권은 이에는 관심이 없는듯 온통 선거에만 정신이 팔려있어 정치의 내용이 권력게임뿐인 느낌이다.

*정치권 선거에만 골몰

올들어 계속되고있는 재벌의 부도사태는 최근의 기아그룹은 말할것도 없고 앞서 터진 8개 재벌그룹 부도문제마저도 제대로 수습되지 않고있는 상태다. 뿐만아니라 증권시장에선 전반적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또다른 재벌그룹이 자금악화로 도산할것이란 소문이 쫙 깔려있다. 도대체 재벌들의부도행진이 어디쯤가서 끝날 것인지 알수없다. 이에따라 도산상태에 놓인 재벌그룹하청협력업체는 말할것도 없고 이들과 거래하는 다른 숱한 중소기업들도 덩달아 도산하거나 도산위기에 몰려있다. 기업들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도산공포속에 가마솥 더위가 무색하다. 이들 기업에 대출한 금융기관들도 대책을 세우지못해 쩔쩔 매고 외국금융기관조차 우리 금융기관의 신용도를 깎아 내리고 있어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잡지못하는 형편이다. 또한 도산했거나 부도위기에 몰린기업의 종업원들도 실직과 노임체불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복합불황이 오고있다.이런 도산과 실직의 절망속에 놓인 국민들에겐 누가 대통령후보에 뽑혔다는 소식이 제대로 귀에들어올리가 만무하다. 또 자신들이 바라는 후보가 대통령후보로 지명됐다는 사실에 환호하는 전당대회의 모습은 바다건너 먼 나라의 뉴스같이 느껴질수도 있다. 신문과 TV만 스포츠 중개하듯신이나 떠들고 있는것같다.

*즐비한 민생·경제현안

더욱 이상한것은 정치가 민생과 안보가 핵심내용이 되어야하고 그에따른 정책의 차별화를 확실하게 보여줘야할 책임이 각 정파와 정치인에게 있는데도 이번여야의 대선후보지명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저 민속씨름처럼 관객의 볼거리만 제공했다고한다면 지나친 비하일까. 다만 여당의경선에서만은 심판의 공정성이 확보됐다는 측면에서 이전에 비해 한단계 발전한것으로 평가할수있을뿐이다. 공정경선의 의의를 경시해서가 아니라 정치의 본질과 관련해서 너무 황당한 느낌을지울수 없기때문이다.

*국정위기 타개책 제시를

그러나 어쨌든 여야3당은 대통령후보를 확정짓고 본선에 돌입한것이다. 경우에따라 야권후보가단일화될지 모르나 이번 대선전(大選戰)은 3김(金)중에 1김이 빠진대신 이회창후보가 링에 오른특징을 갖고 있다. 국민회의 김대중후보와 자민련 김종필후보가 단일화된다해도 15대대선은 남은3김대(對) 새로운 정치세력간 대결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대선전의 본선에서만은 정치의정도로 돌아와 국민고통에 동참하면서 이를 풀어주기 위한 방법의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지금 기아그룹사태는 자칫 엄청난 경제위기를 몰아올 가능성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대선후보들은 이같은 경제위기에 대한 구체적 처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정당조직과 관료조직을 통한 줄세우기와 세몰이에 골몰하고 사조직을 통한 돈뿌리기에만 열중한다면 국정공백(國政空白) 국론분열은 불보듯하고 나라는 차기대통령을 뽑기전에 거덜나고 말 것이다. 게다가 북(北)의 도발과 미국의 어깨너머 대북교섭, 일본의 신팽창주의와 군사대국화, 중국의 사상최대규모군사훈련등 심상찮은 안보외교환경이 겹쳐있다.

이제 후보들의 권력게임이나 화려한 정치적 수사엔 식상한 만큼 21세기 지도자론은 접어두고 대선까지의 남은 넉달동안 절박한 국정위기타개에 구체적 현실적 기여를 한 후보에 대권평점을 크게 줘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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