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원소 눈요기만 풍성

입력 1997-07-19 14:09:00

"SF효과 너무 치중 인물묘사등 내용 헐렁" 결론적으로 제5원소 는 치기(稚氣) 어린 영화다.

하긴 뤽 베송감독이 16세때 써놓은 시나리오라니까. 거칠고 둔탁하고 서툴고 아귀가 안맞다. 액션은 큰데 어딘지 모르게 낯선 느낌이 든다. 레옹 의 세련미나 그랑 부르 의 심미안도 없이 그저원색적인 만화책을 본 것 같다.

제5원소 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물.불.바람.흙에 이은 다섯번째 원소. 서기 2259년 지구를 엄습해오는 악의 괴행성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피라미드의 성직자 코넬리우스뿐. 피라미드에 새겨진 글에 따르면 5천년마다 세상이 바뀌고 이때 4개의 원소가 악과 결합되면 지구는 영원히 악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지구의 과학자들은 지구에 우호적인 외계인 몬도샤의 유전자를 이용해 초인격체 릴루(밀라 요요비치)를 만들어낸다. 실험실을 탈출한 릴루는 전직 연방요원인 코벤(브루스 윌리스)의 하늘택시(에어캡)에 떨어지고 둘은 신부 코넬리우스와 함께 4개의 원소를 상징하는 돌을 찾아 우주여행을떠난다.

짧게 말하면 지구를 지키려는 전직 연방요원 코벤의 영웅담이며 좀 더 길게 말하면 코벤이 초인격체 릴루와 함께 악의 표상인 무기상 조르그(게리 올드만)와 벌이는 지구지키기 대결투 다.몇몇 장면은 할리우드 SF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카리스마가 빛난다. 빌딩숲 사이로 떨어지는 릴루의 추락신은 십자가를 메고 이과수폭포에서 떨어지던 영화 미션 의 한장면처럼 강렬하다. 1930년대 낡은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찬 고전적인 배경에 에어캡이 상하좌우로 질주하는 최첨단 배경이 혼재된 것도 색다른 맛이다. 에어캡이 뉴욕의 노란색 택시(옐로우 캡) 모습 그대로인 것이 재미있다.

특히 전위적인 시각효과가 SF영화의 또다른 맛을 살려주고 있다. 릴루의 도발적인 의상과 에이리언 디바의 모습, 원색을 위주로 한 의상의 실험적인 디자인, 외계인 몬도샤인(흡사 일본 만화영화천공의 성 라퓨타 의 로봇을 연상시킨다)의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7천만달러나 들인 영화의 볼거리도 그런대로 볼만하다. 그러나 역시 뭔가 헐렁한 느낌이다. 인물묘사도 그렇고 아이 러브 유 로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결말의 상투성이 펄프픽션 (싸구려 소설) 같다. 고풍스런 프랑스 고몽영화사의 로고가 무척 낯설다. 부조화의 미 가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미덕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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