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문열린 수산물시장

입력 1997-07-07 14:10:00

"갈치·조기·오징어… 값싼 외국산 밀물"

어민들이 시름에 잠겨있다. 7월1일부터 수산물시장이 전면개방된 때문이다.

물론 문이 열렸다고 당장 수입고기가 넘쳐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수입개방이라는 환경의 변화가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수산물시장의 개방은 92년부터 시작됐으나 지난달까지만 해도국내생산이 적거나 우리국민이 즐겨먹지않는 품목의 수입제한을 철폐, 국내 수산물시장이 큰 혼란을 겪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갈치, 조기에서부터 오징어, 새우, 전복, 김, 바지락에 할어 넙치까지 밀려들어오게 된것이다.

수산물시장개방을 맞이한 어민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수산국 에 1차산업중 유일한 흑자산업 이니 하는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않는다. 대형선박을 갖춘 원양업계나 대형 가공업계의 이야기일뿐 영세한 어민들에게는 감이 잡히지않는 수치다.

오징어잡이에 목줄을 걸고있는 동해안 어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최근들어 공급은 넘쳐나는대신 소비가 줄어 오징어값이 폭락세에 빠져 업계가 도산지경에 있는판에 전면 수입개방이라는파도를 다시 맞이하게됐다. 이들은 국내시세가 떨어져 당장 외국어선들이 잡은 오징어가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국내시세가 회복될 경우 곧바로 물량공세가 시작될 것이라며 충격완화책을 준비하지 않은 정부를 비난하고있다. 오징어잡이 채낚기업계는 오징어를 많이 잡으면 국내시세가 받쳐주지않고 적게 잡으면 곧바로 수입물량이 밀려와 이래저래 오징어값의 회복은 어려울수밖에 없다며 오징어잡이 포기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오징어값 폭락으로 현재 동해안 채낚기어선들은 7월까지 바다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있다. 잡아와 봤자 돈이 안되는 오징어잡이에 매달릴수 없기 때문이다. 선주들만 어려운것이 아니다. 도내오징어잡이 허가를 받은 1천4백여어선에 매달려 생존하는 사람은 줄잡아도 5만명이 넘는다. 선주와 선원은 물론 잡아온 오징어의 배를 가르고 덕장에 말리는 잔손질에 목줄을 걸고있는 사람까지모두가 어가파동의 희생자다.

하두조(河斗祚)전국연근해 오징어채낚기연합회장은 8t정도 배를 기준으로 하루잡이가 적어도 1백만원은 돼야 손익을 맞출수 있다 며 폭락세를 보이는 오징어업계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기름값과선주몫, 선원들의 몫이 각각 30여만원이 돼야 채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값을 맞추려면 활어로마리당 최소 8백원은 보장돼야 하지만 현재는 3백원을 밑돌고있는 형편이다.

육로를 통해 남의 나라로 갈수없는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섬나라 라고 주장하는 하회장은 정부의 인색한 수산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단기적으로 지금의 오징어가격파동을 이겨내고 장기적으로는 수입개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우리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어업용기자재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어업용 유류에 대한 국고보조가 필요하다고 한다. 수산물은 생산량이 불확실한 만큼 어민들의 어업의지를 꺾지 않으려면 국가가 수산물도 식량차원에서 인식, 업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게다가 조업구역을 무시한채 대형 선박을 끌고와 싹쓸이를 하는 불법어업을 근절시키지 않는한동해안의 영세 오징어잡이 어민들은 도산하고 만다며 열을 올린다. 수산당국이 오징어수요량과공급량의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지 못한채 대형트롤어선의 동경128도 이동에서의 불법조업을 막지못해 오징어잡이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소포장사업 등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포장기술을 개발하도록 포장, 유통구조개선자금을 지원하고 군납물량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한다. 냉동오징어 수매제도의 개선도 오징어업계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수매물량을 늘리는 한편 수매가 이하로는 방출하지 않아야한다고 주장한다.

하회장은 국내수요량을 감안, 출어선수를 제한하고 이익금을 업계가 공동으로 나눠가지는 한편손실을 볼 경우 정부가 보전해주는 일본의 수산업은 좋은 교훈 이라며 업계의 도산은 결국 우리국민들의 손해라고 강조한다. 국내시장을 겨냥, 페루등지의 ㎏당 2백원선에 불과한 외국산 오징어가 밀려올 경우 소비자들은 우리 오징어맛을 잃어버리게 된다는것. 그런 점에서 국민들이 우리어산물, 특히 오징어를 많이 소비해 줄 것을 당부한다. 하회장은 매일 오징어를 먹은 덕택에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다 며 오징어 애찬론을 편다. 일선시군의 수산담당자들도 동해안 어민들의 최대 어업인 오징어잡이를 보호하기위해선 국민들의 소비확산이 제일 급선무 라고했다.

어업관계자들은 수입개방을 이겨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을 지녀야 한다 며 질과 맛의차이로는 수입개방의 거센 파도에 밀릴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농산물시장 개방이후 싼 가격의수입농산물이 이미 우리 식탁을 완전히 차지한 것은 좋은 예다.

〈徐泳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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