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 평정 나선다

입력 1997-06-19 14:00:00

"백신프로그램은 '사후약방문'" 컴퓨터 작동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는 컴퓨터 바이러스. 바이러스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수많은 백신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불과하다.백신프로그램 제작사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을 탐지하고 이 바이러스의 퇴치법을 기존의 백신프로그램에 추가하게 된다. 이 작업은 2~3개월에 한번씩 이뤄진다. 결국 백신프로그램은 매일 매일 새롭게 등장하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컴퓨터 바이러스의 침투를 스스로 감지하고 퇴치하는 컴퓨터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어관심을 끌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미국 IBM의 와트슨 연구소는 컴퓨터 시스템과 살아있는 유기체 사이에 많은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 면역학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을 컴퓨터면역시스템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 연구소 화이트 박사는 "인간의 면역체계가 이질적인 유기체가 침투한 것을 감지하면 이 침입자를 퇴치하는 항체를 형성하듯, 컴퓨터도 바이러스 면역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컴퓨터 면역체계는 미래에 똑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에 대비해 그 바이러스에 대한 충분한정보를 기억한다. 최초의 바이러스 침입을 물리친 면역체계는 이 항체의 일부를 남겨 두어서 미래에 똑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스스로 대처하게 한다는 것이다.

와트슨 연구소는 프로그램의 유추능력을 향상시켜 바이러스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하나의 컴퓨터뿐만 아니라 컴퓨터 네트워크 전체에서도 바이러스 퇴치가 가능토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트슨연구소는 또 인터넷을 이용해 자동적으로 바이러스의 감염사실을 확인하고 백신프로그램을전송해 치료하는 바이러스 자동치료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가 인터넷을 통해 IBM의 바이러스 분석센터에 그 증상을보내 주면 바이러스 분석센터에서는 치료및 데이터 복구방법을 감염된 컴퓨터로 보내 바이러스를자동으로 퇴치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속도보다 더 빨리 백신을 배포함으로써 새로운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한다는게 이 연구소의 구상이다. IBM은 올해 후반기부터 일부 회사를 대상으로 이 시스템을 실험해 볼 계획이다.이같은 IBM의 구상에 대해 많은 컴퓨터 전문가들은 터무니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스로 바이러스 감염증상을 발견하고 퇴치하는 백신시스템의 개발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행기의 등장으로 질병의 전파가 더 빨라졌듯 인터넷의 등장으로 전파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있는 컴퓨터 바이러스. IBM이 컴퓨터 자동면역체계의 개발에 성공한다면 의술의 발달사에서 페니실린의 발견에 버금가는 업적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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