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발전협의회 출범

입력 1997-06-04 15:47:00

"'계파초월'...돛은 올렸지만"

신한국당내 범민주계의 모임으로 출발한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가 3일출범식을 가졌다. 참석자만지구당위원장급에서 70여명, 이사취임 승낙서인 서명서에는 1백30명 가량이 참여했다.이들은 계파초월을 이야기했다. 비민주계 인사로 이만섭(李萬燮)전국회의장, 오세응국회부의장, 권정달, 이세기, 이택석, 김인영의원 등이 참석했다. 고문에 내정된 이전의장은 축사에서 "신한국당은 어느 누구의 당도 아니다"며 "계파를 초월해 단합해야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 모두가 나라와 당을 생각하자"며 탈계파와 단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발협이 탈(脫)민주계라고 볼 수는 없다. 민정계 인사들의 합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비록 공동의장에 민정계인 이세기의원을 추대했으나 주축은 민주계임이 분명하다.이들의 공식 입장은 방황하는 집권여당의 중심세력으로 그리고 정권재창출의 주역으로 제 몫을하자는 것이다. 당내경선에서도 이들은 집단화된 킹메이커로 나설 것임이 분명하다. 아직은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심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까지는 이수성(李壽成)고문의 강보합세다. 정발협내 최대계보인 최형우(崔炯佑)고문계가 이고문 쪽에 비교적 가까이 서 있고 김수한의장, 서석재공동의장 등 민주계의 원로 내지 중진급들이이고문에 우호적인 편이다.

그 다음이 박찬종(朴燦鍾)고문이다. 박고문은 부산을 중심으로 한 PK민주계의 지원을 업고 있다.부산의 여론이 여전히 박고문의 압도적 우세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이회창(李會昌)대표대세론을 이야기하는 세력도 없지는 않지만 주류는 아니다.

그러나 정발협이 개소식에서 보여준 기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서명자 130명이 내심 지지하는 주자가 각기 다르고 이미 줄서기를 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또 기웃거리고줄서기가 싫어 일종의 '도피처'로 정발협을 택한 초 재선급 인사들도 다수다. 일각에서 정발협이특정주자 지지성향을 보이는 순간 파괴력은 상실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다만 아직 중립을 지키고 있는 김심(金心)의 직간접적인 전달통로가 정발협이 될 것이라는 데는이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다수 관망파들의 향배를 결정지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李東寬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