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 진상못캔 지리한 소모전

입력 1997-04-26 14:08:00

25일 김현철씨의 증언청취를 고비로 한보청문회는 사실상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아직 한보철강의 코렉스설비 도입분야의 박재윤전통상산업부장관, 은행대출비리와 관련한 장명선외환, 장철훈조흥은행장 등이 청문회출석을 기다리고 있지만 현철씨의 증언을 들음으로써 한보청문회의 '몸체'관련 부분은 더 나올 것이 없을 전망이다.

지난 13대국회 때의 5공비리. 광주청문회의 기억을 되살리며 한보사건의 몸통규명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은 기대보다 더 큰 실망을 안게됐다. 청문회와 같은 시간대에 같은 사안을 수사한 검찰의 움직임에 시종일관 끌려다니기만 했다.

또한 비협조로 일관한 증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검찰조사에서는 내용을 일부 밝힘으로써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데 한 몫했다.

한편 이번 청문회의 의의를 굳이 찾는다면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청문회장에 불러내 각종 비리와의혹을 규명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직만이 아니라 현직 권력자라도 비리와 의혹이있을 경우, 국민들 앞에나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우리 헌정사에 찾기 힘든 새로운 전통을 수립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 특위위원의 지적처럼 정치사적 측면에서도 분명한 진보라는 평가를받을 만 하다.

이런 추상적인 측면을 제외하면, 한보청문회는 의혹을 풀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는 거의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우선 구조적인 측면에서 이번 한보청문회의 성과물이 빈약할 것임은 예견된 것이었다. 동일한 사안으로 검찰이 수사중이거나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청문회의 김이 이미 빠진 상태였고 수사권이없다는 한계로 부인으로 일관하는 증인들로 부터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

또한 규정은 있으나 절차가 까다롭고 적용하기가 애매한 증인들에 대한 처벌조항 역시 증인들의청문회 경시풍조를 낳는 원인이 됐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실패요소로 작용한 것은 자료접근의봉쇄였다.

이미 나와 있는 검찰수사기록마저 열람이 불가능 했고 사건의 기본적인서류나 자료들이 검찰에모두 압수되거나 증인들에 의해 파기된 상황에서 증인들은 검찰서 이미 진술한 내용조차도 청문회에서는 부인과 노코멘트로일관, 마치 증인들에 의해 국회가 농락당하는 느낌마저 갖게 했다.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겨우 신문이나 오려가지고 나오는 등 특위위원들의 준비성 전문성 부족도특위활동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 때문에 위원들은 부인으로 일관하는 증인을 상대로 신문보다는 호통과 훈계로 일관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루는 사안이 현 정권의 권력자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특위위원들의 동료가 연루돼있다는 점 또한 특위활동을 제약한 원인이 됐다.

결국 이번 한보청문회는 활용 자료의 제약과 활동권한의 제한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의원들의준비성 전문성 부족과 증인들의 청문회 무시경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리한 소모전 양상으로일관됐다.

〈李東寬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