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 퍼올려지는 과거…'침묵의 증언'" '설렘과 두근거림'
발굴지를 처음 대할때의 기분이다. 유적발굴현장의 야전사령관 하진호씨(32).
"발굴은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의지이자 침묵의 증언을 밝히는 작업"이라는 하씨는 발굴현장에서 결혼식을 치를 정도로 끼(?)있는 문화유적 파수꾼이다.
발굴은 몇 개월 혹은 수년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하고 닭장같은막사에서 잠을 자야한다. 목수가 되기도 하고 하루에도 수 백번 삽질을 해야하는 고된 작업이기도 하다.
지난 94년 10월 고령 지산리 고분군 발굴작업중 현장에서 결혼한 하씨는 경주 사라리유적, 고령지산리 고분군 등 국민적 이목을 끌었던 주요발굴에만 20여차례 참여했다.
30대 초반의 나이지만 지난 86년 경남 합천 저포리 수몰지구 발굴에 참여한 이래 11년째 작업을하고 있는 경력 11년의 베테랑.
지금은 영남매장문화재연구원 조사계 팀장으로 경주 구 근화여고 부지에서 지난 1월부터 4개월째발굴조사를 지휘하고 있다.
"발굴과정에서 한 점이라도 없어지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하씨는 버린 흙도 다시보는 철저한직업정신을 가졌다.
하씨는 발굴현장에서 조상의 숨결을 느낀다. 땅속에는 전쟁과 부귀영화의 흔적이 남아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유물을 통해 침묵의 대화를 한다.
발굴작업을 해오면서 많은 이야깃거리도 따른다. 합천 저포리 유적발굴때는 3일동안 무덤 덮개돌을 손으로 다 들어냈다. 조상의 무덤을 포크레인 같은 기계로 철거하는 것은 죄스럽고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때문.
발굴하기전에 반드시 고사를 지낸다. 큰 무덤을 파면 액이 따른다는 속설때문인지 꿈에 귀신이나타나 가위눌리기도 한다는 것.
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발굴현장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80년대중반까지만 해도 산속에서초롱불을 켜고 야전막사에서 숙식을 하던 낭만스런 분위기였다. 발굴현장에 막걸리통을 갖다놓고한 잔씩 걸치며 흥에 취해 발굴을 했다.
80년대후반부터는 개발붐이 일면서 수십명의 인부를 동원하는 대규모 발굴로 바뀌어 사무적인 분위기로 변했다.
"고고학도로서 유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있지만 발굴조사는 어떤 의미에서 문화유산의파괴를 의미하기때문에 긴급구제발굴이든 학문조사를 위한 발굴이든 차선책일수밖에 없다"는 하씨.
시민들도 내 아버지의 무덤이 중요하면 산천에 깔린 우리 선조들의 무덤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지적한다.
발굴은 땅과의 씨름이다. 작은 실수가 과거를 영원히 사라지게 하기때문에 늘 긴장속에 작업을한다. 순간순간의 기록이 승패를 가름하기 때문에 작업내내 긴장감이 가시지 않는다.어둠이 찾는 현장을 뒤로하고 숙소로 향하는 그의 모습에서 고대문화를 반추하고 복원하려는 진지함이 배어나온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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