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 야생동물 취재

입력 1997-04-01 00:00:00

앞산은 살아 있었다. 그동안 입산객들의 제보가 잇따랐어도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이 앞섰으나지난달 3일부터 20여일간 앞산 일대를 샅샅이 뒤진 결과 시민들의 제보를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탐문취재와 능선에서 야생동물의 배설물을 조사한 후 동물들이 서식할 수도 있다는결론을 내리고 곧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잠복 취재에 들어갔다.

계곡 바위틈과 길목에서 은신을 해 보기도 하고 공동묘지 부근 나무위에서 밤을 꼬박 새우기도했으나 다만 부엉이 한마리만 발견했을 뿐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기대와 실망이 교차할쯤서치라이트를 이용한 적극적인 취재방법을 택해 보기로 했다.

야간 조명으로 동물들이 다닐만한 길이나 쉴만한 억새밭, 그리고 물이 흐르는 계곡을 집중적으로추적했다. 때마침 내린 봄비는 긴겨울 동안 허기진 야생동물을 움직이게 한 것일까. 등산객들을피해 깊이 숨어있던 동물들이 비가 내리자 저마다 먹이를 찾거나 짝을 찾아나선 모습들이 포착되었다. 특수하게 고안된 서치라이트는 계곡과 억새풀 사이에서 쉬거나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야생동물들을 쉽게 찾았다.

농막 주위서 어슬렁거리던 너구리가 약 30여m의 거리를 두고 시야에 들어왔다. 며칠사이 살쾡이와 산토끼, 두더지, 고슴도치가 잇따라 목격되어 노루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했다. 반복된 탐색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던 노루는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음력 그믐이 갓 지난 11일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간간이 새벽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여느때와 같이 라이트를 비추며 달비골 능선을 숨가쁘게 오르내렸다. 순간 앞서가던 동료가 작은 목소리로 "노루다"라고 외쳤다. 카메라를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며 긴장하는 순간 서치라이트 불빛이노루를 향하고 약 1백m 거리를 두고 노루가 시야에 들어왔다. 흰 엉덩이가 큰 몸집이 틀림없는노루였다. 찰칵! 짧은 금속성 카메라 소리에 노루는 쏜살같이 달아나고 어둠의 적막만이 남았다.아쉬운 순간을 뒤로하고 같은 장소에서 잠복과 수색을 반복했지만 놀란 노루는 더이상 볼 수 없었다. 20여일간의 앞산일대 취재는 이밖에도 직접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멧돼지의 흔적도 발견되고 있어 생각보다 많은 포유 동물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