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사이버 공간

입력 1997-01-30 14:04:00

모든 정보는 PC통신, 인터넷으로 통한다. 21세기의 새 로마문명이 된 사이버(Cyber)공간. 인터넷상에는 하루에도 수백개씩 새로운 사이트가 생겨나고 새로운 정보로 단장한 홈페이지들이 뉴스에목말라하는 네티즌(Net-Citizen)의 접속을 기다리고 있다.

정보의 바다에는 시분을 다투며 정보가 쌓이고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 사이버 문화인들이 모여든다.

현대의 아고라(Agora). 옛날 그리스, 로마인들이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토론하기 위해 아크로폴리스에 몰려 들었고, 연극을 보기 위해 원형극장을 찾았듯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일일이 연주회, 전시회를 찾을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은 사이버공간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낸다. 이같은 제2의 문화 르네상스는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정보의 신작로가 가능케했다.신세대의 전유물로 인식돼온 PC통신은 이제 세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연령층의 교류의 장이 되고있다. 혼자 문화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문화를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새로움을 일궈나가는공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등 국내 PC통신에 올라오는 각종 문화정보는 컴퓨터소설에서부터 영화, 오디오, 음반, 연극, 사진, 출판, 디자인, 전자화랑, 패션, 그림강좌, 무속정보까지 각종 정보가 상세하게 공개된다. 혼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자료,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정보 사태나 대확산이랄까.또 눈길을 끄는 것은 취미나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가상공간에 만든 동호회. 그 수만도수백개에 이른다. 그 분야에 관심이 많은 통신맨들이 모인 탓인지 공개된 자료의 가치나 수준이높다. 동호인들은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며 갖고 있는 개인정보를 공개하기도 한다. 누구든 접속하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을뿐 아니라 최근 문화의 경향이나 흐름까지 읽어낼 수있는 나눔의 장이 되고 있다. PC통신은 단순히 문화정보를 제공하는 장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알란 파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뮤지컬영화 '에비타' 국내개봉을 앞두고 수입,배급사인 SKC가 지난주 극장입장료를 6천원에서 7천원으로 인상키로 결정하자 PC통신상에 수많은 비난의 글들이 올라왔다. 결국 수입사가 없던 일로 꼬리를 낮춘 것도 정보집약의 위력이자 PC통신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문화세력의 한 단면을 읽게 한다.

PC통신이 우물이라면 인터넷은 거대한 바다에 비유된다. 거미줄처럼 얽힌 정보망을 통해 지구촌곳곳에서 일어나는 뉴스와 정보를 실시간(리얼타임)으로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각종 자료나 정보는 소위 정보사냥을 해야할만큼 방대하다. 순식간에 루브르박물관이나 바티칸박물관을 찾아갈 수 있으며 할리우드 영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처음 개설된 포토하우스 전자갤러리(Http://know.nara.co.kr/gallery)에서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오로지 정보검색자의 의지에 좌우된다. 루브르와 같은 유명사이트의 경우 검색조회수가 연 3백만회에 달할 정도여서 문턱이 닳을 지경이다.현재 인터넷 이용 인구만도 대략 6천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불과 1년사이에 그 수가 어떻게 늘어날지 아무도 전망할 수 없을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PC보급이 늘면서 가정,학교, 회사에서는 물론 커피숍처럼 꾸민 인터넷카페에서도 인터넷을 접할 수 있다. 고급스런 분위기와 안락하고 깨끗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인터넷에 접속, 세계의 문화현장을 찾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이후 대구지역에 북구 복현동 경북대 부근의 인터카페(943-4800)를 비롯 2~3개소의 인터넷카페가 등장했다.

인터넷상의 사이버 문화현장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의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좁은 무대와 전시공간을 넘어서고 있다. 문화도 이제부터 디지털문명이라는 거대한 해류에 실려 흘러가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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