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신세대 문화-도쿄 인라인 스케이트족

입력 1997-01-15 15:10:00

일본 국립 NHK방송국 인근에 있는 요요기(代代木)공원 한모퉁이에 매주 일요일이면 일단의 젊은이들이 모여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활력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이 펼치는 묘기는 최신 사운드 음악에 맞춘 자유로운 몸놀림의 율동과 긴장감을 자아내는 공중점프 등으로 몰려든 행인들로부터 많은 박수 갈채를 받는다.

단 한가지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이 젊은이들은 고난도의 기술을 한단계씩 달성함으로써 삶의 의욕을 찾는다며 활기찬 몸짓을 과시한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조직을 만들었고 '케이즈 크루(KZ.crew)'라는 단체명을 붙이고 각 지역에서의 초청공연을 갖는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의 리더인 쿠다라 카츠요시군은 "거리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면 우선 움직임이 활달하고화려하며 패션이 첨단적인 경향이 많으므로 불량 청소년들이나 하는 짓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지적하고 "그러나 오히려 목적의식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한가지목표를 갖는다는 것은 생의 의욕을 갖게한다"며 장점을 강조한다.

처음엔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노력에 따라 약간의 스릴과 함께 스피드를 즐기며 달릴수 있게 되고 한단계씩 고난도의 테크닉을 구사하는 수준이 되면 목표달성의 성취감을 맛보며 매사에 의욕을 잃고 있던 젊은이들도 자신의 진로에 가능성과 용기를 가지게까지 된다는 것이다. 신체적인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면에도 활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이들은 지금 거의 대다수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탄다. 롤러스케이트는 이제 구시대의 물건이 됐다. 많은 젊은이들이 스키보다는 스노보드를 선호하는 경향인데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롤러스케이트에서 인라인스케이트로 바뀌었다고 한다.

인라인스케이트는 고무로 된 큰 롤러가 일렬로 길고 안정돼 있으며 장애물을 넘을 수 있어 속도감과 다이나믹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980년경 미국에서 아이스하키의 시즌이 끝난후의 연습용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폭넓게 보급되어 94년11월에는 일본 기후현에서 제1회 국제 인라인스케이트 대회가 열리기도 했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확실한 숫자는 추정할 수 없으나 수십만명의 인라인스케이트 인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1년에 처음으로 '케이즈크루'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단지 인라인스케이트가 좋아서 모인 젊은이들이다. 우선은 스케이트를 타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등다른사람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젊은이가 많다. 이들의 기량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상돼 지금은 자칭 일본 최고의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한다.회원들은 전국규모의 각종 대회에 입상하고 있으며 올 한해만도 27회나 크고작은 행사에서 인라인스케이트 공연을 펼치는 등 지난 5년간 일본 전국에서 약 60여회의 행사를 가지는 실적을 올렸다.

또한 지난 94년 인라인스케이트 강습회를 열었을 때 이틀간 5백여명의 젊은이들이 몰려 성황리에지도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로써 도쿄 요요기(代代木)공원 일각에서 땀흘리며 쌓은 이들의 기량과 그속에서 우러나는 젊음의 활력은 영국 BBC방송 등 각종 매스컴에도 소개되어 이미 하나의 신세대 문화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롤러스케이트를 탄다고 무조건 불량 청소년으로 취급해 왔던 기성세대의 잘못된 시각을지적하는 이들은 이처럼 즐거움속에 행해지는 신체적인 움직임은 의욕 상실과 무기력증에 빠진많은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가능성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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