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21세기-지구 어디서든 무선통화

입력 1997-01-08 14:28:00

21세기 세상을 뒤바꿔놓을 새로운 '메가 트렌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있는 사람과 전화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그것이다.

이같은 원대한 계획은 '이리듐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리듐 LLC(이리듐 유한회사)'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이리듐 프로젝트는 오는 29일 이전에 미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발사기지에서 첫 인공위성이발사됨에 따라 이제 더이상 '계획'이 아니라 '실현'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지구궤도에 모두 77개의 인공위성을 띄워 온 지구촌을 하나의 이동전화망으로 묶어내겠다는 원대한 프로젝트는 이제 더이상 꿈이 아닌 것이다.

이리듐은 빠르면 내년 중 실용화될 계획이다. 이리듐 전화번호는 국가번호와 지역번호 자리가'8816'이나 '8817'로 시작된다. 누구든지 이 전화번호를 갖고 있으면 지구상 어느곳에 있더라도하나의 전화번호로 지구상 어느곳에 있는 사람과도 전화나 팩스, 무선호출을 주고받을 수 있고컴퓨터통신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이리듐 프로젝트는 지난 87년 세계최대의 무선통신기기업체인 미국 모토롤라사의 연구개발진이처음 제안했다.

이리듐 시스템의 기본개념은 인공위성을 이용한 개인무선통신망을 통해 음성 ?謙璟팩스 ゼ궐C신호를 지구상 어느 곳의 목적지에라도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지상 7백80㎞의 낮은 지구궤도에 66개의 통신용 위성과 11개의 유지보수용 위성 등 모두 77개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전문사업가와 관광객, 그리고 도서벽지나미개발지역의 주민, 재난구조대 등을 위한 통신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리듐 시스템에 필요한 인공위성들은 미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발사기지를 비롯, 통신에 직접 이용될 66개의 위성 가운데 절반은 중국 타이위엔 인공위성발사센터,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우주기지에서 발사된다.

이들 3개대륙의 우주기지에서 올해안에 17개 로켓이 마치 폭죽처럼 쏘아올려지는 것. 중국에서는중국이 자체제작한 '장정'로켓에 실려 한번 발사에 3개씩 모두 4차례에 걸쳐 12개의 이리듐 위성이 발사된다.

러시아에서는 대형 로켓인 '프토론'에 의해 한번에 7개씩, 3차례 로켓발사로 모두 21개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게 된다.

나머지 절반의 통신용 위성과 11개의 유지보수용 위성을 비롯한 추가 위성발사는 최근 보잉사와합병키로 한 맥도널 더글러스사가 제작한 델타II를 이용해 미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발사기지에서 이뤄진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이리듐은 그 혁신적 기능 때문에 인터넷 돌풍에 이어 또하나의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쉽게 예측이 되는 것은 통신설비가 부족해 경제개발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개발국가들의 도약 가능성이다.

특히 땅덩어리는 넓으나 통신기반시설이 취약한 미개발국가들은 이리듐의 등장으로 유선통신설비를 위한 막대한 투자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에서 이리듐의 가장 큰 수혜국으로 중국과 인도, 그리고 러시아가 꼽히고 있다.이들 덩치 큰 미개발국들은 유선통신 설비투자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숫자의 예산을 대신 도로,철도 등 육상수송시설에 투입함으로써 경제개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될 것이란 전망이다.최근 아프가니스탄, 미크로네시아 연방 등 미개척지와 섬이 많은 나라들이 앞다퉈 자국에서의 이리듐사업을 승인하고 나서는 것은 이같은 변혁을 예감케하는 증거다. 그래서 이리듐은 '지구촌통신 기반시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리듐의 초국경성 때문에 이에따른 국가의 주권 침해 가능성이 심각히 거론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 문제는 벌써 제기돼 국제통신연맹(ITU)의 총회에서 수차례의 논란 끝에 "모든 국가 정부는'위성에 의한 전세계 이동개인통신'(GMPCS)이 그 영토 안에서 제공될 것인지 여부와 어떤 형태로 제공돼야 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원칙이 확립됐다.

이와함께 이리듐은 영어를 의사소통과 정보전달을 위한 공통어로 자리매김하는 데 또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게되는 데다 이리듐LLC라는 다국적법인체에 의해 전세계의 무선통신망이 독점된 데따른 폐해는 벌써부터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유선통신망 구축을 뒤로 미루고 국가 기간통신망을 이리듐에 의존할 심산인 일부 미개발국가들의 경우 자칫 이리듐LLC라는 법인체에 의해 국가의 주권이 좌우될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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