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포커스-허명뿐인 예술도시 대구

입력 1997-01-08 14:43:00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대구는 지금 추락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어느 분야 하나 추락하지 않는 곳이 없다. 이같은 추락은 그 원인이 다양하지만 가장 민감하게 나타나는 분야가 바로 문화다.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시대라고 한다. 이를 바로 눈 앞에 둔 지금, 도도히 날개를퍼뜩이며 많은 시대를 웅비했던 대구의 날개를 되찾아야 한다. 대구의 날개를 되찾기위한 시리즈를 마련했다.

매일신문사 문화부가 대구시민 6백명(남자 2백76명, 여자 3백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78%%인 4백68명이 대구시가 문화도시가 아니라고 응답하고 있으며, 62%%인 3백72명이 대구시민은 문화시민이 아니라고 응답하고 있다.

오랫동안 대구시민들은 '대구시는 문화도시'라는 허명에 가려 문화시민임을 자부하며 긍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막상 껍질을 벗기면 내세울 만한 변변한 문화행사 하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광주나 부산이 '비엔날레전' '국제영화제'등 대규모 행사 개최를 통해 예향의 모습을 갖추고 있을때 대구는 문화의 도시에서 소비도시로 전락하고 있었다. 연중 북적대는 백화점과 즐비한 소비공간들 속에서 연주회나 전시회, 연극·무용이 펼쳐지는 문화공간들은 몇년째 썰렁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몇 공연이나 전시회는 전국 정상급 수준임에도 대부분의 시민들의 참여도는 크게 떨어졌고, 서울의 많은 공연들이 명성을 파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표를 구할 수없는 문화사대주의나 문화사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관객들이 지역의 공연이나 전시를 외면하는 이유는 '볼만한 행사가 없다'는 것. 설문조사에서는56.5%%인 3백39명이 각종 행사의 양과 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응답하고 있다. 반면 38.9%%인 2백39명이 최근 한달동안 단 한차례의 문화행사에도 참여한 적이 없다고 답해 참여는 하지 않으면서 볼만한 행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러한 현상은 문화행정도 별 다를 것이 없다. 대구시장이 문화시장이 될 것임을 자임하면서 대구시는 각종 행사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문화에 대한 시각이 문제다. 94년 1백21억여원이던 예산은 올해 2백17억원으로 79%%가 늘었다. 그러나 1개구청 1개 구민회관 건립방침에 따른 2개 구민회관 건립, 공공도서관 확충, 조각공원조성등에 대부분의 예산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시의 고민은'문화'라는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체 대구시민에게 적용시킬 것인가 하는 것. 시의 문화에 대한 인식은 올해 발표한 문화정책에서 잘 드러난다. '달구벌 축제'와 '시민을 위한 야외공연' '동성로 축제등 특색있는 거리축제 추진' '외국 자매도시와의 문화교류' '시립예술단의 교류'등으로지난해와 다른 것이 없다. 대구를 표방할 만한 것이나 순수예술쪽의 지원에는 인색하다. 많은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행사는 대부분 일회성이거나 소비성 행사여서 행정편의적이고 전시성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화창달의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해야할 예술인들의 사정도 심각하다. 좁은 공간 사정으로 성수기때에는 공연장, 전시장 확보도 쉽지 않은 열악한 형편이지만 예술에 대한 치열함이나 진지함을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지적하고 있는 '볼만한 공연, 전시가 없다'는 사실은 예술인들의 개인작업에 대한 책임을 꼬집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구 문화예술인들의 집합체인 예총대구시지회는 시에서 받은 예산을 각 단체에 분배하는 역할만으로 만족하고 있으며 10개 관련단체는 자체 예산이 없어 독자적인 행사개최는 역부족인 형편이다. 결국친목단체 성격으로 인해 각 단체마다 구성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대구시가 연간 5억여원의 예산(인건비제외)으로 운영하고 있는 6개 시립예술단은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열악한 예산으로 정기·임시연주회 개최에도 바쁜 형편인데다 단원들에 대한 급여수준도 낮지만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구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로구성된 단체인 만큼 보다 치열한 프로정신이 요구되고 있다.

총체적으로 대구시는 지향점이 없는 문화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인식이다. 수많은 공연·전시 홍수와 소비 향락문화가 판을 치는 가운데 관객들은 '좋은 공연, 좋은 전시'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으며 예술인들과 각 단체들은 투철한 프로의식없이 현실에 안주해 있다. 예산이라는 칼자루를 쥔 대구시는 행정편의적, 전시적 행사 개최로 민선자치장 시대에서 '관'의 구습을 답습하는, 말뿐인 민선을 실감하게 하고있다.

문화전반에 대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대구시를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구시민과 문화예술인, 대구시가 범시민·범도시적인 노력을 쏟아야 한다. 매일신문에서는 문화예술인, 문화예술단체, 행정, 기업, 교육, 시민과 관객, 대중문화, 전통문화등 문화전부분에 걸쳐 현실과 문제점을점검하고 대안제시를 통해 '대구는 문화도시?'라는 허울을 깨고 명실상부한 '대구=문화도시'를만드는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다.

'문화는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며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식의 것이기때문이다'

〈鄭知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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