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포커스-열악한 문화공간

입력 1997-01-08 14:54:00

문화도시라는 명성속에 안주해온 대구의 문화공연시설은 수효와 시설면에서 그 명성이 부끄러울정도로 열악하다.

서울을 제외하더라도 부산은 물론 인천 광주 대전에 비해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 21세기 문화전쟁에서 2류 도시로 전락할수밖에 없는 취약한 문화인프라를 갖고있다.

시민문화욕구 충족과 문화서비스제공이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투자가 없는한 대구가 문화불모지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대형공연을 치를 수 있는 객석 1천석 이상의 종합공연장의 경우 부산 5개소, 시세가 작은 대전이 무려 6개소인데 반해 대구는 2곳에 불과하다.

3백석 이상의 객석을 갖추고 연극 무용 등 순수공연예술만을 치르는 일반공연장은 대구가 1곳 뿐인데 반해 인천 4개 대전 5개소로 비교가 안된다.

연극공연 연주회 등 소규모 공연이 자주 치러지는 소공연장은 4곳정도 되지만 잦은 공연횟수에비하면 이역시 대관하기가 힘들다.

날뫼북춤 보존회 이성재씨는 "부산만해도 민속공연 전승을 위한 전수관이 5곳이나 되고 중·소도시에도 다 갖추고 있는데 대구만은 전수관이 없어 각종 대회출전시 공원 학교운동장을 전전하고있다"며 문화공간 확충에 대한 당국의 투자를 촉구했다.

대구에서 영화보기란 여간한 인내심을 갖지않고서는 힘들다. 예매가 불가능한데다 화장실 및 휴게실이 좁거나 불결, 대구관객이 감수해야할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시야를 가리는 협소한 좌석은 짜증까지 유발한다. 공연법 시행규칙 제4조에는 폭 50cm 의자앞뒤 간격 95cm 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고 있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음향도 대구극장(DTS 디지털방식) 자유극장(SDR 방식) 등 2곳을 빼고는 모두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디지털사운드로 제작되는 최근의 영화를 1백%% 감상하기란 불가능하다.

영화관 수도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 90년 대극장 16개 소극장 32개이던 것이 현재 대극장 8개 소극장 21개만 남았다. 그만큼 영화선택의 폭이 좁아져 좋은 영화감상의 기회도 줄어들었다.미술의 경우 대구문예회관 대구시민회관 등 공연장을 겸한 전시장까지 포함하면 대구지역 전시공간은 40여개소. 개인이나 법인형식으로 운영중인 화랑의 수는 30여개소로 회화 조각 등 미술작품과 사진전시가 주축이다.

동원화랑 등 봉산문화거리내 기획 또는 대관전시를 겸한 화랑 10여곳과 동아 대백 등 백화점 전시관 4곳을 포함 지역기업에서 운영하는 전시장 겸 화랑이 있다. 또 중구 삼덕동 대봉동 남산동등에도 10여곳의 화랑이 산재해 있다.

전시공간 규모는 대백프라자 갤러리 등 1백여평 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30~70여평 규모이며 최근의 경기침체에 따라 관람객동원과 작품판매면에서 부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부터 미술시장 개방으로 갤러리 실브 인공화랑 등 일부 화랑은 업종전환과 폐업을 단행키로 했다.

대구유일의 사설미술관인 벽아 미술관은 전시내용면에서 기존화랑과 큰 차이가 없고 백화점 운영화랑은 창립기념일이나 분기별로 대규모 기획전시를 개최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미술계의 침체로 점차 전시가 줄고있는 추세다.

한편 삼성금융플라자 대구은행 갤러리 대우 아트홀 등 무료대관을 해주는 기업부설 소규모 전시장이 작가들로부터 환영을 받고있다. 그러나 이것도 그룹전에 치우치는데다 전시횟수가 적고 관람객에게 덜 알려져 있다.

대구화랑의 과제는 화랑자체의 개성화 및 특성을 지니는 것. 부진한 경기에도 불구하고 기획전시만을 고집하는 맥향화랑과 동원화랑, 현대미술 전시만 고집하는 시공갤러리, 갤러리 신라 등은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화랑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결국 특성있는 전시를 유치하고 자기만의 화랑색을 갖지않는 한 관람객의 발길을 전시장으로 이끌수 없고 미술시장 개방에도대처할 수 없다.

시설이 부족하기는 연극도 마찬가지다. 연극공간의 경우 대백예술극장 동아문화센터비들기홀 소극장 등 10여곳이 있으나 기업운영 공연장은 각종 문화강좌나 연주회 등 다른 공연에 우선순위를빼앗겨 대관하기가 힘들다.

지난해 12월 소극장 예전에서 작품을 공연한 연출가 한전기씨는 "동아 수성극장, 대백 예술극장등 조명 음향 등 시설면에서 손색이 없으나 대관할 기회가 없었다"며 "하는 수없이 소극장에서조악한 무대장치로 공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영남대 박홍규 교수는 "문화시정을 지향한다는 대구시의 과감한 문화공간 확충이 필요한 때다"며"문화인프라도 사회간접시설처럼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인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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