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옷차람 중년여성 거리활보

입력 1996-11-27 14:29:00

옷입는 연령이 파괴되고 있다. 나이가 아니라 젊게 살려는 마인드로 옷을 입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중년층이 나이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20대처럼 과감하게 차려입는 사람이 늘고 있다.40~50대 중년여성들조차 청바지에 엘르나 폭스 신발을 신고, 헐렁한 바지를 골반에 걸쳐 입는 힙합 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외모는 김정구, 마음은 김건모'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낳고있다.

신세대 주부들은 초미니 스커트나 타이즈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롱부츠를 신고, 각선미를 최대한드러내며 여대생 빰치게 해다닌다. 데리고 다니는 애도 조카인지 남동생인지 모를 정도이다. 30대미시족들은 무릎위에 쑥 올라오는 짧고 폭넓은 공주치마를 즐긴다.

외모를 중시하는 이들은 걸음도 아무렇게나 내던지지 않고 '워킹' 강좌에서 배운대로 튀게(?)모델처럼 걷는다.

미시족뿐 아니라 우모족(총각같은 남편, 우모는 이태리어로 남자라는 뜻)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우모족들은 출퇴근용 정장 차림이라도 단추가 한두개 달린 싱글이나 더블버튼은 피한다. 대신쓰리버튼이나 포버튼에 색깔있는 드레스 셔츠를 받쳐입고, 넥타이 대신 화려한 스카프를 맨다. 레스토랑의 웨이터들이 입는 유형의 베스트(앞판은 양복과 같은 천, 뒤판은 안감처럼 광택나는 소재) 한두개는 필수이다. 베스트 뒷허리에는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고리(일본어로 비조)가 달려있다.

엄마들이 중고등 학생들이 즐겨 입는 비닐이나 광택 소재의 원단을 거침없이 입으며 패딩 재킷한두벌은 꼭 갖추고 있다.

"예복으로 만든 옷을 중년여성들이 예사로 입는가하면 반짝이가 들어있는 소재를 50대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등 소비자들의 패션마인드가 디자이너들의 마인드를 앞서고 있다"는 박동준씨는"패션세계에서 연령파괴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대구백화점 영타운 박노황과장은 "몸매를 관리하는 주부들이 늘면서 풍성한 실루엣의 윗옷 대신배가 그대로 드러나는 쫄티를 과감하게 입는 이도 적지않다"면서 신혼부부가 똑같은 차림을 하는 커플룩 유행에 이어 딸과 엄마가 같은 차림을 하는 페밀리룩 시장이 새로 형성되고 있다고 밝힌다.

이처럼 영 패션 마인드가 확산되면서 최근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마담존 브랜드들은 청소년들의 전유물인 패딩 재킷이나 원색 컬러를 서슴없이 도입, 에이지 타깃을 낮추고 있다.주부 ㅂ씨(수성구 지산동 영남맨션)는 "예전에는 주부들이 자녀와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여유가있으면 자기 욕구를 충족시켰으나 요즘은 자신을 꾸미고 즐기는 지출을 우선시하는 사회풍조와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다.

백화점 가요교실에 짧은 치마 차림으로 출전한 60대의 한 할머니는 "애들도 다 키워놓았는데 옛날에 못했던 것 해보고 싶다. 옛날 할머니처럼 뒷방 늙은이로 취급받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털어놓는다.

이에대해 여성계에서는 '서구문화가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과소비 풍조에 애들이 하는 짓을 다따라하는 주책'이라면서 외국의 고학력·여유층 여성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어린이를 위한 모임' '어린이 식단을 고치기 위한 모임' '장애자를 돌보는 모임' '뜨개질을 하거나 벽걸이소품을 만드는 모임' 등 생산적 소모임을 만들어가는 분위기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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