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지방자치-지역문화 활성화 재생력 키워야 산다

입력 1995-07-13 22:43:00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문화적 명제가 지자제 본격실시와 함께 절실하게 떠오르고 있다.그러나 대구·경북 지역 문화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세우고자랑할만한 이 지역의 독특한 문화가 없다는 점이다. 이른바 문화의 평준화나 획일화 또는 중앙예속화로 설명되는 이러한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이 지역은 훨씬 심한 편이다. 이와 관련,지자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지않을까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지금까지 계속된 중앙 중심, 관변 주도의 문화 정책으로 소외당해온 일선 예술인들과자생력 없는 예술 행사에식상한 일반 시민들 모두의 바람이다.

문희갑 제1대민선 대구시장은 선거기간 중 비록 4대 공약의 마지막이긴하지만 문화 예술 부문의 활성화를 골간으로 하는 문화 부문 공약을 내걸어지역 예술계의 기대를 모았다. '문화 행정은 문화인에게 맡긴다'는 문시장의공약이 실천에 옮겨지게 되면 문화계의 구도가 바뀌고 문화 활성화에 어느정도 일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시민회관장, 각구의 도서관장등 문화시설의 주요 행정직에 전문 예술인이 기용되기 위해서는 시조례의 개정이 필수적이므로 앞으로 이의 신속한 추진 여부가 주목된다.

물론 민간 전문가가 이같은 문화시설을 운영하게 되면 지금까지 '문화행정에 전문성과 일관성이 없다'고 입만 뗐다 하면 도매금으로 성토를 당하던 관의 입장을 편안하게 해 주겠지만 이것만으로 지방정부가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것이다.

경북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적 구상은 하지 않고 있으나 지금까지 관에서 주도하던 행사등은 민간 예술단체로 넘기게 될 것"이라고 밝혀 업무 이양외에는 별다른 문화진흥책이 없음을 드러냈다.광대한 면적으로 결집된 문화역량을 펴기에 대구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위치에 있는 경북도로서는 그만큼 문화행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론 별다른 개선책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임을 보여주고 있다.경북 도내 대부분 지역은 문화적인 기반 시설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아니기 때문에 경북도의예산 지원에 한가닥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현실이나 자칫 불균형만 조장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종섭 경주문협지부장은 "지자제 실시로 문화에 있어서도 경제력에 따른 지역간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가속화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경북도에서 의식적으로 각 지역의균형 지원시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유수 도시들이 조그마한 것이라도 문화적 특색을 낼 수 있는 것이있다면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세계에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심혈을기울이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경북은꿈도 꾸지 못하는 사이에 광주지역 경우 관·예술계가 똘똘 뭉쳐 2백억원 규모의 세계적 행사인 '광주 비엔날레' 개최를 준비하고 지역 문화 특성화를위해 발벗고 나선 사실은 자치 시대의 대구·경북 행정 담당자들도 유념해야할 점이다. 단순히 자치정부가 민간 전문가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시설을 늘린다고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상순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은 "자치 시대를 맞아 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교통, 공해등우선 순위로 매겨질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어 과연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며 "제도·시설·법규등 소위 하드웨어도 필요하지만 예술인 스스로 여건을 조성하는 자생적 노력, 즉 소프트웨어가 더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은 "무엇이 대구·경북의 문화 축제의 중심이 되고 또 명물은 어떤 것이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구 경우 서울의 대학로같은명실상부한 문화의 거리 조성등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개성있는 지역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더 많은 정책적 지원과 민간예술단체의 헌신적인 노력,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등 삼위일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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